매일시 956

희망을 위하여 _ 배한봉

희망을 위하여 배한봉 아침이라서 해 뜨는 것이 아니라 해 뜨니까 아침이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해를 가진 사람 삶이 빛나서 희망도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 주저않아 흙탕에 젖고 황혼에 젖고 혹한에 떨며 벼랑 아래로 한없이 무너지던 망신창이 영혼 그 시간 너머에서 해는 뜬다 오늘 아침은 오늘 '나'의 아침 구름도 바람도 오늘 '나'의 노래 희망이 있으니까 삶은 빛난다 눈보라 끝에 꽃봉오리 터트린 저 눈부신 홍매처럼! *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언제나 늘 희망적인 생각을 해야합니다. 오늘도 작은 희망을 쌓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비 _ 양해선

겨울비 양해선 아직도 지우지 못한 허물은 덕지덕지 묻어 있는데 대충 이쯤에서 하얀 눈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 비는 가슴이 시리도록 서글펐다 싸락눈으로 굳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씻어 내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해질 무렵 매서운 바람이 흩뜨리고 이제는 어둠 속에 묻혀 버리는 것을, 비는 차마 끄지 못하는 가로등 밝히고 가슴 골골이 서린 미련을 밤새워 헹구어 낸다 * 2023년 12월 11일 월요일입니다. 행복한 일은 사실 우리 앞에 매일 놓여있다고 합니다. 행복을 주워 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_ 강인호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강인호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산 너머로 향한 마음이 굽이굽이 산길을 내고 바다로 향하는 마음이 물길을 내었을 것이다 내 안에도 그대 향한 산책길 하나 생겨났다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 2023년 12월 8일 금요일입니다. 문득 문득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말을 핑계로 오랜만에 연락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 맛 _ 강세화

겨울 맛 강세화 겨울에는 더러 하늘이 흐리기도 해야 맛이다. 아주 흐려질 때까지 눈아프게 보고 있다가 설레설레 눈내리는 모양을 보아야 맛이다. 눈이 내리면 그냥 보기는 심심하고 뽀독뽀독 발자국을 만들어야 맛이다. 눈이 쌓이면 온돌방에 돌아와 콩지비 찌개를 훌훌 떠먹어야 맛이다. 찌개가 끓으면 덩달아 웅성대면서 마음에도 김이 자욱히 서려야 맛이다. * 2023년 12월 7일 목요일 절기상 대설입니다. 그 시기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12월의 맛을 느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각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23년 12월 5일 화요일입니다. 무엇이든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참고 기다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엔 _ 이희숙

12월엔 이희숙 그리움이 얼마나 짙어 바다는 저토록 잉잉대는지 바람은 또 얼마나 깊어 온 몸으로 뒤척이는지 묻지 마라 차마 말하지 못하고 돌아선 이별처럼 사연들로 넘쳐나는 12월엔 죽도록 사랑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고 어쩌다보니 사랑이더라는 낙서 같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12월엔 * 2023년 12월 4일 월요일입니다. 안되는 걸 억지로 하다보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순리대로 처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끔 쉬어가는 자리에 _ 김시천

가끔 쉬어가는 자리에 김시천 가끔 귀어가는 자리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네 그 그늘 아래 작은 돌 하나 놓여 있어 문득 머물고 싶은 늘 그러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아주 가끔씩이라도 산 밑 주막에 피어 오르던 구수한 저녁 연기 같은 그런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 2023년 12월 1일 금요일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 사랑 _ 조현설

겨울 사랑 조현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평평한 널판 고루 나누어 조심스레 올라 서로를 마주하며 우리들 목숨 높이 뛰어오르는 널뛰기와 같아 내가 낮아지면 그대는 높아지고 끝내는 누구나 그렇게 높아지는 우리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내가 땅에서 땅을 다지는 사이 그대는 하늘에서 푸른하늘을 열고 내가 열린 하늘로 지붕을 엮는 사이 그대는 다진 땅에 기둥을 세우는 오늘 우리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누가 먼저 내려선 안될 널뛰기와 같아. *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일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법입니다. 좋은 결과를 위한 좋은 행동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만남 _ 정채봉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들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 2023년 11월 29일 수요일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만남은 그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