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1005

희망 한다발 엮어서 _ 김미경

희망 한다발 엮어서 김미경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뜬구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오고 가는 여울목에서 이고 진 세상사 바다에 쏟아붓고 꽃 구름 한 묶음 희망 한 다발 엮어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찬 새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 2024년 2월 8일 목요일입니다. 설날 덕분에 매년 초 새해를 두 번 맞이합니다. 갑진년 청룡의 해 값진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기억만이 _ 피천득

기억만이 피천득 햇빛에 이슬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으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으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으니 기억만이 이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 2024년 2월 7일 수요일입니다. 할 수 있는 것도 계속 미루다 보면 못 하는 법입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마도 _ 정유찬

아마도 정유찬 그리우면 무척 그리우면 꽃이 필까 바위에 피어서 꽃잎이 펄펄 날릴까 그리움처럼 한없는 그리움으로 날리는 꽃잎이 울까 울던 꽃잎이 그리움에 또 젖을까 그럴 거야 그러고도 남을 거야 * 2024년 2월 6일 화요일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아는 걸 실행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네 _ 문동만

그네 문동만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구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 2024년 2월 5일 월요일입니다.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 법입니다. 적절히 흔들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지나간다 _ 천양희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 2024년 2월 2일 금요일입니다. 그래도 항상 겨울은 가고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

정직한 시 _ 박노해

정직한 시 박노해 시가 되지 않는 건 정직한 것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배가 고프지 않아서이고 고독하지 않아서이고 여린 나무 같은 시의 지팡이 말고 붙들고 의지할 데가 많아서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고마운 일이다 시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대지에 떨어진 씨앗처럼 나직이 묻혀서 잉태의 침묵을 살아라 그러면 시적인 삶이 시를 낳아주리라 폭풍과 눈보라 길을 걸어온 뼈저린 진실의 말을, 나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단 하나의 말을, 정직한 시를 * 2024년 2월 1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자신감은 많은 준비에서 비롯됩니다.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 한 점 _ 나태주

별 한 점 나태주 하늘에 별 한 점 흐린 하늘을 열고 어렵사리 나와 눈 맞추는 별 한 점 어디 사는 누구일까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그의 기도가 모여 별이 되었다 나의 마음과 나의 기도와 만나 더욱 빛나는 별이 되었다 밤하늘에 눈물 머금은 별 한 점 * 2024년 1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잘 보이지 않던 별이 유난히 잘 보이는 밤이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일은 _ 배월선

내일은 배월선 복잡하게 살지 않을 거야 햇살이 풀리면 웃고 소나기 내리면 맞을 거야 내일은 굴곡진 삶의 장단에 맞추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대로 땅에서 물무늬 그릴 거야 내일은 우산을 쓰기도 하고 접기도 하는 거지 세상을 따르며 사는 거야 내일은 낯빛 바꾸지 말고 넓게 높게 깊게 타협하며 평정을 가슴에 담을 거야 내일은 기다려 주는 연습이 좋고 어깨를 내밀어 기댈 수 있게 푸른 향기 나누는 거야 내일은 * 2024년 1월 30일 화요일입니다. 연습을 했다고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만 완벽해 지는 법입니다. 홍승환 드림

기울임에 대하여 _ 안오일

기울임에 대하여 안오일 책장 정리를 하는데 덜 찬 책꽂이의 책들이 자꾸만 빈 공간 쪽으로 쓰러진다 책 한 권 비스듬히 세워놓으면 되는데도 번듯한 폼에 어긋나므로 몇 번이고 바르게 세워보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결국 맨 끝 쪽 책을 약간 기울여 놓으니 기울임에 살짝 의지하여 바로 서는 책들, 기울인다는 건 불안한, 거슬리는, 한쪽이 낮아지는 그렇게 폼 잡을 수 없는 도둑맞은 생의 각도 같은 그 기울임이 다른 생을 일으킨다 애당초 기울임 속에 바로 선 것들이 살고 있다 * 2024년 1월 29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시선을 조금 기울여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