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 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어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 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 2023년 6월 28일 수요일입니다. 오래 된 책 속에서 밑줄을 그은 곳들을 발견합니다. 공감과 감동으로 밑줄을 긋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