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바람의 냄새 _ 이수호

바람의 냄새 이수호 바람의 몸에선 냄새가 나지 예까지 걸어오며 어루만진 것들의 냄새 창밖을 서성이다 들어온 몸에서 물비늘처럼 싱싱한 백합이 떨어지네 머물지 않는다는 듯 나른한 구들장에 꽃잎을 재우고 가볍게 일어서는 바람 꽃잎 대신 어둠이 묻어있네 구들장에 누워있던 곰팡이들의 다소 오래된 슬픔 씻으려는 듯 호수 위를 뒹구는 바람의 몸에선 냄새가 나지 지나온 길들의 이력 같은 * 2023년 6월 12일 월요일입니다. 여름바람의 냄새가 나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 _ 나태주

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2023년 6월 9일 금요일입니다. 작은 실천들이 큰 변화를 만드는 법입니다. 모퉁이부터 시작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한세상 사는 것 _ 이외수

한세상 사는 것 이외수 그대여 한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 2023년 6월 7일 수요일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변화가 없는 건 열심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청소를 하면서 _ 김귀녀

청소를 하면서 김귀녀 무릎을 꿇고 걸레질 한다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상처로 얼룩진 마음 구석구석 말끔하게 걸레질 한다 앙금으로 남아있던 욕망의 뿌리 얼룩으로 진득거렸던 삶의 찌꺼기 물기 머금은 부드러운 걸레로 박박 닦는다 어두운 세상 그늘진 곳에서 새순처럼 돋아나던 근심의 잔뿌리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교만의 쓴 뿌리 실꾸리 엉키듯 얼키설키 꼬여서 내 안에 나를 흔들며 시름 산을 만들던 부질없는 것들 힘껏 닦아낸다 * 2023년 6월 5일 월요일입니다. 하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게으름입니다. 움직이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지워지지 않는 것 _신석종

지워지지 않는 것 신석종 살면서 지켜봤더니 하늘은, 태양 하나를 띄웠다가 지우는 걸로 하루를 다 보내면서도 행복해 하더군 쳐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나는 어쩌다가 얼굴 하나 떠올렸다가 종일토록 지우지 못하여 하루의 끝을 부여잡고 이렇게 진을 빼는지 지금 내 앞을 걷는 저 사람을, 무작정 따라 가고 싶다 * 2023년 6월 2일 금요일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을 줍니다. 늘 시간이 없다면 일의 순서나 방법을 다시 고민할 때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유월에 _ 나태주

유월에 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 속에 안개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 2023년 6월 1일 목요일입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햇살에게 _ 정호승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년 5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볼 줄 알아야 발전이 있는 법입니다. 인정하고 개선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 비우기 _ 박현자

마음 비우기 박현자 옷장 정리를 한다 장농속 여러 해 동안 잠자고 있던 철 지난 쉐타 아이 어렸을 적 옷가지를 꺼내며 꼼팡내 묻은 옛날 돌아본다. 아이들 어렸을 땐 그래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던 꿈 어느새 중년이 된 여자는 잃어버린 꿈 찾아 숨이 차지만 세월은 모든 걸 버리라 한다. 유행 지난 옷가지며 아이들 소품 자질구레한 욕심과 골동품인양 껴안고 있는 헛된 꿈까지도 어느 날 여자는 옷장정리를 하며 풍선처럼 팽팽하던 아집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있다. * 2023년 5월 30일 화요일입니다. 6개월 동안 입지 않은 옷은 계속 안 입는 법입니다. 과감하게 정리하고 비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_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 가는 사랑이다. * 2023년 5월 26일 금요일입니다.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담담하지만 알찬 관계를 맺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