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나는 너다 _ 황지우

나는 너다 황지우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지평선)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경)도 없다. 經(경)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理(구만리) 靑天(청천)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자기)야. 우리 마음의 지도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 2023년 1월 5일 목요일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은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직접 걸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해 다짐 _ 박노해

새해 다짐 박노해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가지런해야겠다 세상이 어지럽지만 나 또한 정연하지 못했구나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고요해져야겠다 세상이 소란하지만 나 또한 소음을 더했구나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멀리 내다봐야겠다 세상이 숨가쁘지만 나 또한 호흡이 짧았구나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기품 있어야겠다 세상이 현란하지만 나 또한 단아하지 못했구나 그리하여 새해에는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온전히 집중해야겠다 하루하루의 반복에 의미를 더해가고 내가 해오던 일들을 새롭게 빛내야겠다 * 2023년 1월 4일 수요일입니다.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위한 다짐이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다짐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_ 장석주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 2023년 1월 3일 화요일입니다. 단순한 것들이 오래가는 법입니다. 복잡함을 정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_ 이해인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희망 한 다발 엮어서 _ 김미경

희망 한 다발 엮어서 김미경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뜬구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오고 가는 여울목에서 이고 진 세상사 바다에 쏟아붓고 꽃 구름 한 묶음 희망 한 다발 엮어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찬 새해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2023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의 시 _ 이해인

바람의 시 이해인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바람이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입니다. 바람은 불을 끄지만 어떤 바람은 불을 붙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일으키는 바람 같은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희망 _ 신현정

희망 신현정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라 하는 것 앞에 또 앞이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달팽이가 느닷없이 제 등에 진 집을 큰 소리나게 벼락치듯 벼락같이 내려놓고 갈 것이라는 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 하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것이다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면. * 2022년 12월 28일 수요일입니다. 희망이 없다면 하루 하루가 그냥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앞에 있는 무언가를 위해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여백 가득히 사랑을 _ 노은

여백 가득히 사랑을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 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적해진다. 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 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 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거울 앞에서도 얼굴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 비추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22년 12월 27일 화요일입니다.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

나무 _ 도종환

나무 도종환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용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만큼 넓게 넓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아름답다 허욕과 먼지 많은 세상을 간결히 지키고 서 있어 더욱 빛난다 무성한 이파리와 어여쁜 꽃을 가졌던 겨울 나무는 아름답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도 결코 가난하지 않은 자세를 그는 안다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은 아름답다 오랜 세월 인간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해 더욱 아름답다 *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입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가벼운 자세를 생각해봅니다. 한 해의 ..

찻물 끓이기 _ 하정심

찻물 끓이기 하정심 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 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 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 2022년 12월 23일 금요일입니다.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하네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성탄절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