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마음 _ 이동진

마음 이동진 가슴에 늘 파도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말로 사랑한다 해도 처얼썩 밀려오는 웅장한 파도소리처럼 느끼면 좋겠다. 작은 손으로 살짝 잡아도 심벌즈가 쨍하고 울리듯 뜨겁게 그 손을 잡으면 좋겠다 먼 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 수평선에 올라선 범선의 돛대처럼 고향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나는 가슴이 늘 그렇게 감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 2021년 10월 18일 월요일입니다. 감동을 모르는 사람은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감동을 연습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여섯줄의 시 _ 류시화

여섯줄의 시 류시화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 2021년 10월 15일 금요일입니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할 때 마음이 편해집니다. 잘못을 인정할 때만 그 문제에 대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카테고리 없음 2021.10.15

가을 아침 _ 박명순

가을 아침 박명순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강가에 머리를 말갛게 행구어낸 아침은 새벽 안개를 헤집고 창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온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오돌도돌 소름을 돋게 하지만 열어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담박에 가슴에 안겨 재롱을 떤다 은행잎 이파리 살짝 흔들고 지나가는 햇살에 이름모를 새의 조로롱한 노래소리 또로록 굴러 떨어지고 나팔꽃은 늦은 꽃망울을 열어 가을 아침을 노래한다 창가에 온 가을 햇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아침 따스한 연잎차 한잔으로 온몸을 향기롭게 데우고 오늘 하루를 또 찻잔에 담아본다 따스함이 감도는 하루로 * 2021년 10월 13일 수요일입니다. 때로는 의도적인 변화가 필요한 법입니다. 새로움을 위해 변화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_ 유안진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유안진 내일 몫은 기쁨 내일 몫은 환희 내일 몫은 찬란함 내일 몫은 영광 내일 몫은 눈부신 황홀이니 나는 견디리 견디어 이기리 오늘 비록 비가 내려도 내일은 해가 뜨리 저 하늘의 무지개 그 약속을 믿으리 * 2021년 10월 12일 화요일입니다. 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은 짧아서 _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 2021년 10월 8일 금요일입니다. 짧은 시간을 길게 만드는 건 바지런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천국으로 가는 시 _ 키에르케고르

천국으로 가는 시 키에르케고르 삶의 끝에 서면 너희 또한 자신이 했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너희는 행복했는가? 다정했는가? 자상했는가? 남들을 보살피고 동정하고 이해했는가? 너그럽고 잘 베풀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했는가? 너희 영혼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영혼이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 2021년 10월 7일 목요일입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마음가짐에 있다고 합니다. 천국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0월 _ 오세영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2021년 10월 5일 화요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괜찮은 처음들을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사랑 _ 도종환

가을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2021년 10월 1일 금요일입니다. 새로운 한 달을 선물 받았습니다. 좋은 일, 행복한 일로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 속의 가을 _ 최영미

내 속의 가을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 2021년 9월 30일 목요일입니다. 경험은 실수를 줄여주고, 실력은 시간을 줄여줍니다. 경험으로 실력을 쌓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

푸른발부비새, 푸른 발로 부비부비 _ 김선우

푸른발부비새, 푸른 발로 부비부비 김선우 바스락, 으쌰으쌰, 사랑하자 사랑하자 인생 별 거 없다 그래도 좋다 그래서 좋다 너를 안으니 좋다 단순한 낙천성의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힘 꼬리를 살랑거리다 가버린 빛에 대해 말하는 것이 꼬리를 끌고 막 도착한 빛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런 바스락 우리에겐 다만 빛 드나드는 마음의 창문을 열어두는 연습이 으쌰으쌰, 으쌰으쌰 바스락, 바스락 * 2021년 9월 29일 수요일입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푸른발부비새는 신비하고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으쌰으쌰, 낙천적인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