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자, 시작합시다 _ 마더 테레사

자, 시작합시다 마더 테레사 어제는 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자, 시작합시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신앙도, 공부도, 열정도 안전도, 의무도, 책임도 사랑도, 나눔도, 베풂도. 우리에겐 축복처럼 다가온 오늘이 있습니다 * 2021년 8월 23일 월요일입니다. 모든 일은 망설이는 것보다 불완전한 상태라도 시작하는 것이 한 걸음 앞서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너를 위하여 _ 김남조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치고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람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 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 2021년 8월 20일 금요일입니다. 무엇이든 무르익는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행복 _ 유치환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2021년 8월 19일 목..

구름 _ 천상병

구름 천상병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 수놓네. * 2021년 8월 18일 수요일입니다. 중단하지 않는 한 실패가 아닙니다 구름처럼 유유히 계속 나아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_ 엘렌 코트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2021년 8월 17일 화요일입니다. 초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

벗의 노래 _ 정연복

벗의 노래 정연복 홀로는 이슬 하나의 무게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작고 여린 꽃잎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동그랗게 모여 이슬도, 바람도 너끈히 이긴다 하나의 우산 속에 다정히 밀착된 두 사람이 주룩주룩 소낙비를 뚫고 명랑하게 걸으며 사랑의 풍경을 짓는다 가파르게 깊은 계곡과 굽이굽이 능선이 만나서 산의 너른 품 이루어 벌레들과 새들과 짐승들 앉은뱅이 풀들과 우람한 나무들 그 모두의 안식처가 된다 나 홀로는 많이 외로웠을 생(生) 함께여서 행복한 참 고마운 그대여, 나의 소중한 길벗이여 * 2021년 8월 13일 금요일입니다. 모든 해결은 실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과거의 관습에서 탈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일을 예약합니다 _ 오광수

내일을 예약합니다 오광수 내일을 예약합니다. 저기 저 하늘과 같이 눈부시게 파란 내일을 예약합니다. 내일은 생각이 젊어져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정열이 살아나고 내일은 가슴이 건강해져서 진리를 위해 양심의 고동을 울릴 수 있고 내일은 마음을 활짝 열어 미움이 사라지고 더불어 사는 날이길, 내일을 예약합니다. 저기 저 아침해 같이 타오르는 붉은 내일을 예약합니다. 내일은 생각이 요동쳐서 좌절했던 자리에서 도전하는 자리로 바뀌고 내일은 가슴이 뜨거워져서 사랑을 위해 진실의 고백을 나눌 수 있고 내일은 마음이 손을 잡고 시기와 질투가 없는 정스러운 날이길, 내일을 예약합니다. 남은 건 어제의 실패와 어려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흘린 진실한 땀과 소중한 노력으로 내일을 예약합니다. * 2021년 8월 1..

다시 피는 꽃 _ 도종환

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야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야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야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 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

제자리 _ 오세영

제자리 오세영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 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니 계곡의 그 수많은 자갈들도 각각 제 놓일 자리에 놓여있구나. 그러므로 일개 돌멩이라도 함부로 옮길 일이 아니다. 뒤집을 일도 아니다. * 2021년 8월 10일 화요일입니다. 모두 각자에게 맞는 제자리가 있는 법입니다. 꼭 맞는 제자리를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8월의 소망 _ 오광수

8월의 소망 오광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엔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8월엔 꿈이어도 좋다 아리온의 하프소리를 듣고 찾아온 돌고래같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고픈 그 님이 백조를 타고 먼먼 밤하늘을 가로질러 찾아왔으면 * 2021년 8월 9일 월요일입니다. 주말에 입추가 지나더니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