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_ 엘렌 코트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2021년 9월 28일 화요일입니다. 초보이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는 법입니다. 경험주의자가 되는 하루 되시..

평상이 있는 국숫집 _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 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 2021년 9월 27일 월요일입니다. 공감력이 있어야 이해력이 발달하는 법입니다. 공감을 위해 마음을 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납작납작 _ 김혜순

납작납작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들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 2021년 9월 24일 금요일입니다. 평면적인 사실에서 입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게 능력입니다.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모 _ 조지훈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2021년 9월 23일 목요일입니다. 5일간의 한가위 연휴 편히 쉬셨습니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매를 맺는 하루 ..

참 좋은 말 _ 천양희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으나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나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 2021년 9월 15일 수요일입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수고스럽게 보낸다면, 변화는 당연히 일어납니다. 성장을..

나는 이런 세상을 꿈꾼다 _ 서태우

나는 이런 세상을 꿈꾼다 서태우 나는 이런 세상을 꿈꾼다 너무 눈부시지도 않으며 그렇다 하여 칙칙하게 색칠되어서도 안 되는 세상 그저 아름답다는 말보다 그래도 아름답다 말해 줄 수 있는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은 작은 오해 하나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서로의 영혼을 곪아 터지게 하여 끝내 몸과 영혼이 죽어가는 세상이 아닌 이해하고 용서하며 보듬어 주기에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다 감히 내가 꿈꾸는 세상은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격려와 따뜻한 눈물이 별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태어날 때는 외롭게 혼자 왔을지라도 떠날 때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외롭지 않게 웃으며 떠날 수 있는 세상 나는 오늘도 그런 세상을 꿈꾼다. * 2021년 9월 14일 화요일입니다. 관점을 달리 하면 해석도 달라지게 마련..

사랑하는 별 하나 _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2021년 9월 13일 월요일입니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긴 어렵지만, 깨끗이 닦아낼 수는 있습니다. 대안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너에게 묻는다 _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근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 2021년 9월 10일 금요일입니다. 하고자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어하면 '핑계'가 생각나는 법입니다. 방법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의 욕심 _ 나명욱

마음의 욕심 나명욱 그 마음 비워내는 일 그 일이 인생 행복의 첫걸음이다 욕심을 버리고 가벼워지는 일 하늘이 무너지든 땅이 꺼지든 그도 그날의 운명일 것이라고 오늘 그가 나에게 했던 쓸쓸한 말 한마디도 내 마음의 평안과 즐거울 날의 기대로 나를 위한 내 지갑 속에 채워지지 않는 물질의 힘도 결국 언젠가는 사라질 종잇장에 불과할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일 나 하나의 마음이 가벼워지면 주위가 환하게 밝아오는 그 마음 주는 일 * 2021년 9월 9일 목요일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한 알 속에서 나와야만 가능한 법입니다. 빨간약을 선택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감자 한 알 _ 임영준

감자 한 알 임영준 봉지 안에 숨어 있던 감자 한 알에 삐죽빼죽 싹이 나온 것을 보고 열 살짜리 딸아이가 버려진 화분에 서툰 손길로 묻어둔 것이 나날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이젠 울타리를 휘감아 도는 제법 번듯한 생명이 되었는데 마치 아무런 연고나 배경이 없어도 굳건히 자리를 잡은 이민자 같구나 덩그러니 뿌려져도 튼실하게 잘 자라난 내 아이들 같구나 감자 한 알도 그들을 어여삐 여겨 무성하게 뻗어 가는 것 같구나 낯선 나라 날 선 세상에 무성한 줄기 굴강한 뿌리가 되라고 버려질 뻔한 보잘것 없는 감자 한 알도 우리에게 자신감을 보태는구나 그러니 어려울 게 무엇이겠는가 * 2021년 9월 8일 수요일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과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