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추억을 위한 레시피 _ 정경란

추억을 위한 레시피 정경란 오늘의 요리법은 굽기예요 당신은 여태 버리지 못한 아픈 기억 하나만 들고 오세요 제대로 굽기 위해선 불 조절이 중요해요. 너무 센 불에 두면 프라이팬이 먼저 타버리지요 아픈 기억도 어쩌면 서두른 탓인지 몰라요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너무 뜨거워진 당신을 들켜버린 건 아닌지 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숯이 된 기억들을 버리면서 후다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겉이 먹음직스러우면 속이 날것이고 속이 익었다 싶으면 겉은 까맣게 타버리지요 저 여린 불꽃을 봐요 단단한 기억의 육질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는 은근함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가 봐요 구수한 추억을 원한다면 먼저 당신의 심지를 조절하세요 * 2021년 8월 12일 금요일입니..

여름 일기 _ 이해인

여름 일기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 2021년 8월 5일 목요일입니다. 살다보면 에스프레소처럼 쓰다가 아메리카노처럼 평범하다가 캬라멜마끼아또처럼 달콤한 날도 오는 법입니다. 무더위를 이기는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모든 것은 지나간다 _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의 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의 환상이.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 2021년 8월 4일 수요일입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에 자만도 낙심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홍승환 드림

삶 _ 김용호

삶 김용호 산다는 것은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내가 믿어야 할 영원은 아니다. 기대와 아쉬움이 어우러진 기쁨도 슬픔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있어서는 안될 절망도 잃어서는 안될 희망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이란 어차피 기대와 아쉬움과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이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 2021년 8월 3일 화요일입니다.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소중한 법입니다.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몸이 움직인다 _ 정현종

몸이 움직인다 정현종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건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욕망과 그 그림자 - 슬픔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한없이 가까운 내마음 나에게서 한없이 먼 내 마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깥은 가이 없고 안도 가이 없다. 안팎이 같이 움직이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몸이 움직인다 * 2021년 8월 2일 월요일입니다. 모두가 컬러일 때는 흑백이 눈에 띄는 법입니다. 조금 다른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중물과 마중불 _ 하청호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 2021년 7월 29일 목요일입니다.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마중물과 마중불 역할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예쁜 마음 _ 정연복

예쁜 마음 정연복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런 생명과 생명이 서로 기대어 한 세상 어우러지는 것 살아가는 일은 만만하지 않아 한숨도 나오고 눈물도 흐르는 것 때로 상처 입고 때로 상처를 입히며 눈 흘기는 인생살이 속에서도 미움과 무관심보다는 사랑과 인정(人情)이 더 크고 많은 것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은 없어도 고달픈 생명 하나 품어 주고픈 예쁜 마음들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은 살아갈 만한 것 * 2021년 7월 28일 수요일입니다. 마음이 말과 행동에 나타나게 되어있습니다. 예쁜 마음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_ 생텍쥐페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생텍쥐페리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2021년 7월 27일 화요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얻은 마음은 쉽게 변치 않는 법입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초록빛 휘파람 _ 이동식

초록빛 휘파람 이동식 그리운 사람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하늘 한 모서리 지상 한 귀퉁이 해가 뜨고 지는 자리에서 원치 않는 슬픔과 고통이 우리의 삶을 그늘지게 하여도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내 간절한 마음 그리운 사람에게 날아갈 수 있도록 날아가 그리운 사람의 가슴에 행복의 둥지를 틀 수 있도록 * 2021년 7월 26일 월요일입니다.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세요. 홍승환 드림

흰 구름의 마음 _ 이생진

흰 구름의 마음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 2021년 7월 23일 금요일입니다. 무더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