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 152

가을 _ 유안진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입니다.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고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세요. 홍승환 드림

향기 _ 박창기

향기 박창기 꽃들은 저마다 향기를 지녔으나 제 스스로 퍼뜨리지 못한다 바람이 없었어봐라 어떻게 벌 나비가 모였겠는가 자연의 이치는 이리도 묘하게 세상을 유쾌하게 하지 않는가 그는 향기를 지니지 않았다 향기 나는 일을 일부러 하지도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의 모습에서 향기를 찾아내어 입에서 입으로 멀리까지 향기로운 향기로 퍼뜨려 놓았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향기로 우뚝 세워 놓았다 밥이 없어 그렇게 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삶의 가치를 깨달았음에 틀림없다 가치를 모르는 허재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미친 짓 하다 향기에 미쳐 향기롭게 된 그는 나를 버리고 너를 생각하며 세속을 잊고 살뿐이다 * 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수능입니다. 향기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언행이 아름답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입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젖지 않으면 부서지는 법입니다. 유연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 _ 이채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 이채 위를 보고 아래를 보지 못하면 불만이 싹틀 것이요 아래를 보고 위를 보지 못하면 오만에 빠질 것이요 밖을 보고 안을 다스리지 못하면 고요를 찾기 어렵고 앞을 보고 뒤를 되새기지 못하면 지혜를 구하기 어려울 터 모름지기 주변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린다 함은 현명한 자의 덕목이라 부디 살아가는 그날까지 이 말만은 기억하게 하소서 *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합니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 _ 신혜경

사람 신혜경 한문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작대기에 비유한 사람 인(人)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람 인(人)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등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이 아슬하다 너와 나 사이가 아찔하다 *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게 사람입니다. 혼자 불안하게 서 있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굽이 돌아가는 길 _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2019년 11월 5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직선보다는 곡선이 훨씬 적절할 때가 있습니다. 곡선이 주는 여..

이 다음에 너는 _ 최옥

이 다음에 너는 최옥 엄마가 너의 등을 두드려 주듯 흔들리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어라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 빈틈없이 차오르듯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이 세상 가득 채우고 지금 널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처럼 그렇게 세상을 보아라 들숨 날숨으로 고운 마음 엮어서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되어라 *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생각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생각에 힘을 줄 수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한 조각 _ 임영준

가을 한 조각 임영준 한 뼘의 달빛과 한 모금의 바람으로 고향집 귀뚜라미 알차게 여물어 맛깔난 시를 읊어주었지 다시 그 가을 한 조각 떼어다 붙이면 설움이 그리움이 될 것도 같은데 이젠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 가을 한 조각 *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늘 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를 키우는 말 _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 2019년 9월 24일 화요일입니다. 좋은 말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나를 키우는 말들로 하루를 채워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분홍 지우개 _ 안도현

분홍 지우개 안도현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지워 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 2019년 8월 14일 수요일입니다.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