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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언어 _ 신동엽

좋은 언어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허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 2019년 4월 22일 월요일입니다. 바람이 없어 바람개비가 돌지 않을 때는 앞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면 됩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천상병

구름 천상병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 수놓네. * 2019년 4월 19일 금요일입니다. 이승만 독재 정권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이 일으킨 419민주주의 혁명기념일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아낌없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긍정의 힘 _ 김숙희

긍정의 힘 김숙희 같은 일을 보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불행해질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공부도, 심부름도, 청소도 즐겁게 하느냐 짜증내며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면 자신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 생각이 방향을 결정한다. 좋은 쪽을 바라보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쪽을 바라보면 나쁜 일이 생긴다. 언제나 좋은 쪽을 바라보는 긍정적 생각 습관, 자신의 미래는 물론 주변의 미래도 밝게 만든다. * 2019년 4월 18일 목요일입니다.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을 모으고, 부정적인 사람 곁엔 부정적인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긍정의 기운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를 위로하는 날 _ 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 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2019년 4월 17일 수요일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해 주세요. 나에게 선물을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오래 되었네 _ 나해철

오래 되었네 나해철 오래 되었네 꽃 곁에 선 지 오래 되었네 물가에 앉은 지 오래 되었네 산길 걸어 큰 집 간 지 오래 되었네 여럿이서 공놀이 한 지 오래 되었네 사랑해 사랑해 속삭여 본 지 오래 되었네 툇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보낸 지 오래 되었네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 다정하게 불러 본 지 오래 되었네 산 밑 집에서 들을 바라보며 잠든 지 오래 되었네 고요히 있어 본 지 오래 되었네 고요히 고요히 앉아 있어 본 지 * 2019년 4월 16일 화요일입니다. 5년전 아침 그 날의 사건이 아직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 생을 마감한 수많은 이들의 넋을 기립니다.

낙화 _ 이형기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2019년 4월 15일 월요일입니다. 봄기운이 성큼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작불 _ 백무산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 2019년 4월 12일 금요일입니다.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절정을 치닫고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멀리 가는 물 _ 도종환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 2019년 4월 10..

마음세탁소 _ 김종제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4월의 시 _ 김철기

4월의 시 김철기 산에는 땅의 입김 새벽이슬 먹고 새잎 실바람 타는 종달새에 내 눈 머문다 산비탈 오르는 발걸음 걸음마다 흐르는 땀방울은 여름인 듯하고 화들짝 놀란 진달래꽃 곱디곱게 생생한데 노송의 솔향 사방으로 흩날린다 이 아름다운 세상 하얀 바람 흔들어 내 가슴 확 당긴다 나도 나서니 그대도 따라나선다 * 2019년 4월 8일 월요일입니다. 주말 사이 거리마다 봄꽃들이 활짝 피었네요. 한 주의 시작 활기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