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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하늘을 보아 _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2019년 4월 5일 금요일 식목일입니다. 봄비가 살짝 내린 철기상 청명의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언제나 봄빛 같이 _ 오광수

언제나 봄빛 같이 오광수 봄빛이 화사한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늘 화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봄빛이 푸근한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늘 푸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시샘하여 삶이 겨울바람에 매섭게 시달릴 때도 우린 함께여서 늘 위로가 되었고 우리의 믿음을 포기하려 삶이 은빛 찬란한 손길로 유혹할 때도 우린 눈을 감고 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기에 내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 모습대로 늙지 않고 마음을 기대면 한없이 평안한 봄빛의 아침이 되고 또 저녁이 되어 늘 함께 소망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19년 4월 4일 목요일입니다. 자신의 장단점은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알기 마련입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처럼 오는 당신 _ 정유찬

봄처럼 오는 당신 정유찬 추운 날 그토록 기다리던 당신이 봄처럼 옵니다 간간이 흩날리던 눈발조차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투명한 아지랑이로 봄날과 함께 다가오는 당신은 그리움의 환영처럼 아득하고 손에 잡히지도 길게 머물지도 않을 야속한 사람이지만 순식간에 제 마음을 꽃과 풀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신비한 사람입니다 아! 잔디 위를 구르는 햇볕 나무 위를 걷는 바람 정겨워라 제가 당신 안에서 봄을 느끼고 당신이 다시 봄처럼 저를 품에 안으니 새파란 새싹처럼 제가 노래합니다 노란 병아리처럼 행복합니다 * 2019년 4월 3일 수요일입니다. 게으른 봄이 오랜만에 부지런을 떠는 아침입니다. 봄기운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19년 4월 2일 화요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맞은 맑은 하늘, 봄바람처럼 상큼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_ 법정스님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법정스님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에 따른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 흐르는 강물은 같은 강물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강물은 이렇듯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늘 새롭다. * 2019년 4월 1일 월요일 만우절입니다. 새로움이 없으면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한 주의 시작 새롭..

3월의 기도 _ 안성란

3월의 기도 안성란 날마다 부르는 노래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잔잔히 흐르는 언어의 무대는 입술이 아니고 마음이게 하소서. 오랜 벗이 아니어도 반가운 표현을 할 줄 알고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의 향내가 풍기는 행복을 알게 하소서. 꽃이 있어 나비가 되고 벌이 있어 꿀이 되는 아름다운 이치를 깨달아 인연의 소중함을 따뜻이 안고 살게 하소서. 검은색이 싫다고 타인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하얀색을 좋아하는 자신의 착오로 오늘과 내일을 비교치 말게 하소서. * 2019년 3월 29일 금요일입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선물받은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여유 _ 헨리 데이비스

여유 헨리 데이비스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순수한 눈길에 펼쳐진 풍경을 차분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수풀 속에 도토리를 숨기는 작은 다람쥐들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대낮에도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에 고개를 돌려 춤추는 그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 2019년 3월 28일 목요일입니다. 자신만 자신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잠시 멈춰 서 자신을 바라볼..

몽당연필 _ 이해인

몽당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 없으면 바보 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 2019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인간은 해결하기 쉬운 것부터 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하지만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만이 성공을 안겨다줍니다.어려운 걸 먼저 시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동화같은 그런 일이 _ 박현자

동화같은 그런 일이 박현자 詩를 써서 땅에 묻으면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 뿌리 내리고 열매 맺어 온누리에 향기 날아갔음 좋겠다 이듬해 그 詩 한 편 또 다시 심으면 주렁주렁 열매 맺어 광주리마다 풍성하게 詩를 따 담아두고 사는 것 힘들 때 때때로 우울할 때 가끔씩 맘 허전할 때 한 편씩 꺼내어 음미 할 수 있음 좋겠다 풋사과처럼 바라만 보아도 입안 가득 싱그러움 맴도는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음 좋겠다. * 2019년 3월 26일 화요일입니다.가끔은 동화같은 일들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 이 열쇠들 _ 문창갑

아, 이 열쇠들 문창갑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짝 안 맞는 열쇠와 자물쇠들 수두룩하다 감출 것도, 지킬 것도 없으면서 이 많은 열쇠와 자물쇠들 언제 이렇게 긁어모았는지 아, 이 열쇠들 아. 이 자물쇠들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내 앞에 오래 서성이던 그 사람 이유 없이 등돌린 건 굳게 문 걸어 잠그고 있던 내 몸의 이 자물쇠들 때문이었다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열려있던 그 집 그냥 들어가도 되는 그 집 발만 동동 구르다 영영 들어가지 못한 건 비틀며, 꽂아보며 열린 문 의심하던 내 마음의 이 열쇠들 때문이었다 * 2019년 3월 25일 월요일입니다. 열쇠와 자물쇠는 한 벌이어야 합니다. 따로 있는 열쇠와 자물쇠는 제 역할을 못하게 됩니다. 자신의 역할에 걸맞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