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한영숙 내 안에는 아직 깎지 않은 새 연필 몇 자루와 쓰다 남은 심 부러진 연필들이 한증막 장작더미처럼 수북이 쌓여있다 어쩌다 절반 넘어 닳아진 몽당연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널려 있는 커피 자판기 아무나 뽑아낼 수 있는 복제된 일회용 컵처럼 쓰다가 몇 번 부러지면 서슴없이 던져버리는 내 부러진 시간들 언제 한 번 진득이 끝까지 써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장작불보다 더 활활 타 들어가는 내 열정을, 꾹꾹 눌러 쓸 생애의 끝까지 써야 될 연필 몇 자루는 도대체 어디쯤 있을까 * 2023년 3월 21일 화요일입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결과가 없는 법입니다. 끝까지 마무리 짓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