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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_ 윤수천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윤수천 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 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 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 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감추어지고 깊이 묻힌다. 사람과 사람 사이 비로소 그윽해지는 것 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그리하여 향기를 지니는 것 사랑은 침묵으로 성숙할 뿐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2023년 9월 7일 목요일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9월이 오면 _ 김사랑

9월이 오면 김사랑 들에다 바람을 풀어주세요 타오르는 불볕 태양은 이제 황금 빛으로 바꿔주시고 거두어 두릴 것이 없어도 삶을 아프게 하지 마소서 그동안 사랑없이 산 사람이나 그동안 사랑으로 산 사람이나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 주시고 풍요로운 들녘처럼 생각도 여물어 가게 하소서 9월이 오면 인생은 늘 즐겁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슬픔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시고 가벼운 구름처럼 살게 하소서 고독과 방황의 날이 온다해도 사랑으로 살면 된다 하였으니 따가운 햇살과 고요히 지나는 바람으로 달콤한 삶과 향기를 더해 아름다운 생이게 하소서 진실로 어둔 밤하늘 빛나는 별빛과 같이 들길에 핀 풀꽃처럼 마음에 쌓여드는 욕심을 비워두시고 참으로 행복하기만 하소서 * 2023년 9월 6일 수요일입니다. 닳고 닳은 길에도 한 번..

좋은 것 _ 김남조

좋은 것 김남조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엣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깃들기에 그러하다 * 2023년 9월 5일 화요일입니다. 아무리 생떼를 써봐도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좋은 것을 기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서로가 꽃 _ 나태주

서로가 꽃 나태주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싶었지? 생각 많이 났지? 나 아플 때 너 걱정됐지? 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가 기도이고 꽃이다. * 2023년 9월 4일 월요일입니다.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요청은 폭력이 됩니다. 부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홍승환 드림

오렴 _ 백창우

오렴 백창우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 2023년 9월 1일 금요일입니다. 한 주는 끝나지만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하루입니다. 새로운 한 달도 행복한 하루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람을 사랑하며 _ 이동진

사람을 사랑하며 이동진 이 땅에 살아가면서 무언가 눈에 띄는 일을 하기보다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내 땅을 넓게 가지려하기보다는 빈터마다 은은한 백향목을 심으며 살고 싶다. 나무향을 맡으며 때로 감동하여 풀밭에라도 펄쩍 누우면 하늘빛 푸르름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내를 이루어 흐르는 물 위에는 기쁨이 출렁거리는데 한 몇 십년 살아가는 게 이렇게 고마운 것이라면 살며... 살며...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 2023년 8월 30일 수요일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먼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늘어지고 있다 _ 박노해

가늘어지고 있다 박노해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지나가고 장마가 지나가고 가야 할 것이 지나가고 있다 햇살이 가늘가늘 바람이 가늘가늘 꽃잎이 가늘가늘 모든 것이 가늘어지고 있다 그대 눈빛이 가늘어지고 내딛는 걸음이 정연해지고 내 안이 섬세해지고 있다 투명한 비움 선선한 고요 은미한 성숙 지나갈 것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올 것이 걸어오고 있다 추상(秋霜)의 때가 오고 있다 성큼, 가을이 마주오고 있다 * 2023년 8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옳은 선택은 많은 경험에서 나오고, 좋은 경험은 모든 실수에서 얻어집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눈부신 세상 _ 나태주

눈부신 세상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 2023년 8월 28일 월요일입니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좋은 반복을 실천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패랭이꽃 _ 류시화

패랭이꽃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 2023년 8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치우지 않으면 쌓이고, 쌓이면 더 하기 싫은 법입니다. 움직이고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다에 와서 _ 홍수희

바다에 와서 홍수희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산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듯이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보는 일은 액자 속에 당신을 매달아 두고 유리판 너머로만 만지작거리는 쓸쓸하고 여전히 외로운 일이지만 오래 기다리는 이 비통도 아름다움인 줄을 아는 까닭에 나, 이대로 사랑이 되기 위하여 바다에 와서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 2023년 8월 24일 목요일입니다. 낯설게 하기 위해서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눈높이를 바꿔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