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7

익숙해진다는 것 _ 고운기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2023년 7월 14일 금요일입니다. 리더는 외부의 큰 파도에 당당하게 맞서줘야 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옆모습 _ 안도현

옆모습 안도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울지도 않는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래도록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 2023년 7월 13일 목요일입니다. 변화를 하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주변을 정리해야 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정리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숨비소리 _ 김종제

숨비소리 김종제 숨을 참고 있다가 입밖으로 몰아 쉬는 소리라서 새벽 안개를 닮았다 수선화를 닮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를 닮았다 물 속에서 땅 속에서 어머니를 뚫고 나오는 소리라서 그 빛깔이 고고하게 짙으니 미루나무의 잎을 닮았다 나비의 날개를 닮았다 사월의 바람을 닮았다 죽은 듯 숨어있다가 머리를 쑤욱 내밀고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소리라서 우후죽순 풀을 닮았다 한 곳에서 나온 모태의 소리라서 얼굴이 친숙하게 서로 닮았다 살아있다고 고함치면서 해와 달을 뜨게 하고 별을 낳게 하는 저 숨비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찼다 숨이 막혔다가 터졌다가 죽었다가 살았다가 뱃속에서부터 단박에 내질러 무덤속의 것들을 깨우는 소리다 * 2023년 7월 12일 수요일입니다. 제주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삶의 휘파람입니다. 참았던 숨을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_ 유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유연 가장 중대한 장애는 두려움 가장 좋은 날은 오늘 가장 하기 쉬운 일은 결점을 찾는 것 가장 쓸모없는 재산은 자존심 가장 큰 실수는 포기하는 것 가장 큰 방해물은 이기주의 가장 큰 위안은 잘 끝낸 일 가장 불쾌한 사람은 불평만 하는 사람 가장 심각한 파산은 의욕상실 가장 큰 필요는 상식 가장 나쁜 감정은 타인의 성공에 대한 유감 가장 좋은 선물은 용서 가장 숭고한 순간은 죽음 가장 고귀한 지혜는 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 2023년 7월 11일 화요일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행복은 성격순이다 _ 오정방

행복은 성격순이다 오정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성격순이다 다른 사람보다 성격이 온화하면 성격이 원만하면 성격이 유순하면 조금 부족한 성적에 상관없이 평탄한 행복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행복은 성격순이지 성적순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성격이 강퍅하면 성격이 험악하면 성격이 용렬하면 비록 화려한 성적을 가졌대도 행복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없다 * 2023년 7월 10일 월요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은 얼굴에 보여집니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햇빛 통조림 _ 안효희

햇빛 통조림 안효희 금정산성 남문 마을 내린 햇살이 참새 떼로 조잘거리는 햇살, 햇살 내 몸에 담는다 덜컹거리던 겨울, 풀잎 아래 묻고는 뭍으로 올라온 인어처럼 눕는다 길게 파릇파릇 오후가 쿡쿡 옆구리를 찌르자 바늘 같은, 유리 조각 같은 것 쑥쑥 빠져 나온다 발가락에서 발가락으로 배꼽에서 배꼽으로 퍼지는 간지러움 나른해지는 느낌표 같은 힘빼기! 봄은 경운기를 타고 들길을 돌고 온 몸 졸음으로 말랑말랑해지는 나는 햇빛, 햇빛 통조림! * 2023년 7월 7일 금요일입니다. 필요한 것들을 뭐든지 넣을 수 있는 통조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마음이 세상을 꽃피운다 _ 김광렬

마음이 세상을 꽃피운다 김광렬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자 네가 끝없이 미워졌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네가 한없이 사랑스러워졌다 너를 미워하기 시작하자 내 마음에 가시가 돋아났다 너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내 마음에 꽃이 피어났다 가시에 찔려 너는 허덕인다 꽃이 너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내 마음은 늘 이렇게 끝과 끝을 오고간다 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늘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내가 나를 사랑하자 세상이 세상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 2023년 7월 6일 목요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조금씩 비우는 삶 _ 이채

조금씩 비우는 삶 이채 손뼉 치며 웃을 일은 없었어도 가슴 쓰릴 눈물이 없었기에 하루의 기쁨이 있습니다 오라는 곳 없어도 마음 갈 곳 있기에 이틀이 외롭지 않습니다 땀으로 채울 노동과 휴식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기에 일주일이 행복합니다 잘되는 일은 없었어도 안되는 일도 없었기에 좋은 일은 없었어도 나쁜 일이 없었기에 삶은 보람으로 여물어갑니다 조금씩 마음을 비우면 삶은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 2023년 7월 5일 수요일입니다. 내려놓을 줄 알아야 채워지는 법입니다. 조금씩 비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간 좀 꿔줄래요 _ 이미란

시간 좀 꿔줄래요 이미란 시간 좀 꿔 주실래요 오늘은 몹시나 당신과 함께인 시간이 그립고 그립답니다 지금 뭐하세요 혹시, 시간 좀 있으세요 밤 깊도록 안개길 헤쳐 나는 당신 찾아 헤매는데 보고픔으로 그리움으로 평생 갚아 드리리니 저축된 시간 있으시면 제게 조금만 꿔 주실래요 나의 정원에 가득한 꽃향기도 좋지만 오늘은 당신 이야기 꽃 향기가 더욱 그립답니다 손꼽아 그리운 시간 좀 꿔주실래요 * 2023년 7월 4일 화요일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못 쓰면 항상 시간이 없는 법입니다. 미루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7월 _ 안재동

7월 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 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 2023년 7월 3일 월요일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새로운 한 달도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