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7

가늘어지고 있다 _ 박노해

가늘어지고 있다 박노해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지나가고 장마가 지나가고 가야 할 것이 지나가고 있다 햇살이 가늘가늘 바람이 가늘가늘 꽃잎이 가늘가늘 모든 것이 가늘어지고 있다 그대 눈빛이 가늘어지고 내딛는 걸음이 정연해지고 내 안이 섬세해지고 있다 투명한 비움 선선한 고요 은미한 성숙 지나갈 것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올 것이 걸어오고 있다 추상(秋霜)의 때가 오고 있다 성큼, 가을이 마주오고 있다 * 2023년 8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옳은 선택은 많은 경험에서 나오고, 좋은 경험은 모든 실수에서 얻어집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눈부신 세상 _ 나태주

눈부신 세상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 2023년 8월 28일 월요일입니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좋은 반복을 실천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패랭이꽃 _ 류시화

패랭이꽃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 2023년 8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치우지 않으면 쌓이고, 쌓이면 더 하기 싫은 법입니다. 움직이고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다에 와서 _ 홍수희

바다에 와서 홍수희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산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듯이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보는 일은 액자 속에 당신을 매달아 두고 유리판 너머로만 만지작거리는 쓸쓸하고 여전히 외로운 일이지만 오래 기다리는 이 비통도 아름다움인 줄을 아는 까닭에 나, 이대로 사랑이 되기 위하여 바다에 와서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 바다에 와서 산을 바라봅니다 * 2023년 8월 24일 목요일입니다. 낯설게 하기 위해서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눈높이를 바꿔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홀로서기 _ 서정윤

홀로서기 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 2023년 8월 22일 화요일입니다. 내일의 안녕을 위해서는 오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루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늘, 혹은 때때로 _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 2023년 8월 21일 월요일입니다. 기억이 머무르게 하는 방법은 강력한 한 방이거나 오랜 시간의 축적입니..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_ 김병기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김병기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떠한 어려운 고난과 시련에 부딪쳐도 늘 그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하소서 항상 욕심 없는 마음으로 옆모습만 보더라도 그것에 만족하고 돌아봐주지 않는다고 화내거나 투정부리지 않게 하소서 받으려는 마음보다 가진 것 모두를 줄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빌미로 요구하는 것이 없게 하소서 사시사철 변함없는 믿음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고 그 믿음에 충실한 삶 자신 또한 살아가게 하소서 뒤돌아 가더라도 투기와 시기 없는 * 2023년 8월 18일 금요일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너를 위한 노래 _ 신달자

너를 위한 노래 신달자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 2023년 8월 17일 목요일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진심을 담아야합니다. 거짓없는 마음을 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을 위한 서시 _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 2023년 8월 16일 수요일입니다. 아침바람의 느낌이 선선해졌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준다는 것 _ 안도현

준다는 것 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2023년 8월 14일 월요일입니다. 작은 승리를 모아야 거대한 승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승리하는 하루 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