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7

술에 취한 바다 _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이생진 城山浦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더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가다 술에 더 약하다 * 2023년 7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좋은 기운이 좋은 운을 부르는 법입니다. 스스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달팽이의 꿈 _ 이윤학

달팽이의 꿈 이윤학 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 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 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 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 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 결국은 힘겨운 짐 하나 벗으러 가는 길 희망은 날개로 흩어진 미세한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최초의 본능으로 미련을 버리자 또한 운명의 실패를 감아가며 덤프 트럭의 괴력을 흉내라도 내자 아니다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은 물 속에 잠겨 있어도 늘 제자리는 안될걸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입으로 깨물면 부서지고 마는 연체의 껍질을 쓰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 2023년 7월 27일 목요일입니다. 쌓이는 일들은 대부분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_ 이해인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인 바쁨 속에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나의 삶이 노래가 된다는 것은 그럭저럭 시간을 메우는 데 있지 않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여 정성껏 살아가는 데 있다 * 2023년 7월 26일 수요일입니다. 정성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끔은 _ 서정윤

가끔은 서정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댄다 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 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 2023년 7월 25일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거리를 두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2023년 7월 24일 월요일입니다. 완벽한 기회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름다운 순간들 _ 이해인

아름다운 순간들 이해인 마주한 친구의 얼굴 사이로 빛나는 노을 사이로 해 뜨는 아침 사이로 바람은 우리들 세계의 공간이란 공간은 모두 메꾸며 빈자리에서 빈자리로 날아다닌다. 때로는 나뭇가지를 잡아 흔들며 때로는 텅 빈 운동장을 돌며 바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이 아름다운 바람을 볼 수 있으려면 오히려 눈을 감아야 함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 2023년 7월 21일 금요일입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어머니의 여름 _ 청연

어머니의 여름 청연 밭이랑 뒤로하고 발걸음 바쁘셔라 햇살을 탐하더니 단맛이 베었다며 빨간볼 돌복숭아를 한소쿠리 따셨네 모깃불 풀연기가 평상을 날아돌면 여름밤 달빛아래 옥수수 감자익어 속살이 툭툭 터지는 가마솥을 여시네 울타리 주렁주렁 조롱박 매어달고 텃밭은 물감풀어 수채화 그리셨네 땡볕에 어머니 정성 가을꿈이 자란다 * 2023년 7월 19일 수요일입니다. 이른 여름부터 폭우 뒤에 폭염입니다. 건강 챙기시고 시원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세월은 _ 조병화

세월은 조병화 세월은 떠나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남기고 갑니다 * 2023년 7월 18일 화요일입니다. 느린 것을 걱정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멈추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방울 송곳 _ 안효희

물방울 송곳 안효희 하수구를 내려온 물들이 배관 속의 질서를 벗어난 물들이 똑똑똑 시간을 배분하여 떨어진다 석고보드 벽면을 타고 흐르던 은밀한 꿈이 초록빛 곰팡이꽃을 피운다 하릴없는 후회와 반성으로 끌끌 혀를 차고 있을 때 꽃의 거대한 힘에 짓눌린 아랫집 벽이 무릎을 꿇는다 단절의 두려움이 무너진다 덩어리진 결핍이 톱질 당한다 수많은 부재를 흔들고 뒤집고 부수는 물방울은 송곳이다 떨어지는 물과 물의 사이를 떨어지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하염없이 쿡쿡 찌르는 물방울은, 그리고 침묵하는 송곳은 전율하는 피뢰침이다 생각 열 하나의 반성과 생각 열 둘의 존재가 젖어 그렁그렁 넘치는 송곳은 언제나 정수리를 뚫는다 *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제헌절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