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299

지워지지 않는 것 _신석종

지워지지 않는 것 신석종 살면서 지켜봤더니 하늘은, 태양 하나를 띄웠다가 지우는 걸로 하루를 다 보내면서도 행복해 하더군 쳐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나는 어쩌다가 얼굴 하나 떠올렸다가 종일토록 지우지 못하여 하루의 끝을 부여잡고 이렇게 진을 빼는지 지금 내 앞을 걷는 저 사람을, 무작정 따라 가고 싶다 * 2023년 6월 2일 금요일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을 줍니다. 늘 시간이 없다면 일의 순서나 방법을 다시 고민할 때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_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 가는 사랑이다. * 2023년 5월 26일 금요일입니다.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담담하지만 알찬 관계를 맺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선운사에서 _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2023년 5월 9일 화요일입니다. 인상은 과학인 걸 나이가 들수록 느낍니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느리게 혹은 둥글게 _ 김선태

느리게 혹은 둥글게 김선태 나는 미욱하여 늦게, 아주 늦게, 네게 닿고 싶다 가장 먼 길 휘어져서, 꾸불꾸불 세상을 한 바퀴 두루 산보하고서야, 너를 지구처럼 둥근 너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는 아예 조인 허리띠도 풀어버리고 귀와 눈도 닫아버리고 졸리웁고 싶다 마음조차 끄고, 꾸벅 꾸벅 *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어버이날입니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리사랑을 돌려드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너를 듣는다 _ 양현근

너를 듣는다 양현근 오르기가 참으로 힘들고 가파르지만 정녕 마음 준 사람들이 살아 아름다운 이 세상 거친 손 맞잡으면 넉넉한 웃음이 되어 쓸쓸한 길이라도 같이 거닐어 작은 인연 작은 사랑으로도 빛밝은 등불이 되어 저녁 연기 잦아드는 그리움을 풀초롱 사연을 오래도록 애기하고 싶었네 우리 슬픈 손금 사이 사계절을 늘푸른 나무로 서서 하냥 짓밟혀도 불끈 일어서는 독새풀처럼 억새풀처럼 살고자 했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흐릿한 바램으로 빛고운 날들이 저만치 지나가고 그립다 할 수 없어 가까이 갈 수는 더 더욱 없어 노오란 가슴 가득 너를 듣는다. 느낌표 같은 발자국만 남겨두고. * 2023년 4월 19일 수요일입니다. 일교차가 무려 27도나 되는 날이네요. 건강 챙기시고 조금 느긋한 마음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나의 사랑하는 자에게 _ 조병화

나의 사랑하는 자에게 조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자리 너의 생각 밖에 내가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있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 2023년 4월 10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깊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좀 더 깊은 생각으로 시작하는 한 주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이 되기 _ 박노해

사랑이 되기 박노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여기 왔다 사람은 사랑받는 대상보다 사랑하는 존재가 되고픈 것 사랑받기보다 사랑을 하기 사랑이 되기 * 2023년 4월 4일 화요일입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쁠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 사랑을 나누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책 _ 남유정

책 남유정 읽다가 그만둔 책을 펼친다 밑줄을 긋다가 행간의 여백으로 들어간다 여: 우리가 어떻게 만났지? 남: 어느 날 네가 내 앞에 있었어 우리가 누군가를 오독(誤讀)하는 순간 바로 사랑이 싹트는 때다 세상 우연이 우르르 강변으로 기차역으로 길모퉁이로 달려간다 바다에는 하얀 등대 불면의 밤들이 몰려와 춤을 춘다 * 2023년 3월 30일 목요일입니다. 게으른 사람들의 가장 흔한 변명은 시간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기 싫지만 중요한 것들을 먼저 해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봄날에는 _ 이희숙

봄날에는 이희숙 봄날에는 우리들의 시간이 봄꽃처럼 환하게 물들 수 있기를 기도하자 마주보면 부끄러워 고개 숙일지라도 밀어로 가득 찬 봄날의 속삭임을 노래하자 사랑하는 일이 나를 내어 주는 일임을 미처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닫혀있던 문이 절로 열리는 봄날에는 어여쁜 꽃송이 피워 올리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자 농담 같은 현실 때문에 동굴 속을 헤매는 날이 있어도 꽃피는 봄날에는 너도 나도 꽃이 되어 웃어보자 * 2023년 3월 10일 금요일입니다. 그래도 겨울은 가고 봄이 올 것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마디, 푸른 한 마디 _ 정일근

마디, 푸른 한 마디 정일근 피릴 만들기 위해 대나무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다 노래가 되기 위해 대나무 마디마디 다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소린 마디 푸른 한 마디면 족하다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사랑의 고백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눈부처로 모신 내 두 눈 보면 알 것이다 고백하기에 두 눈도 바다처럼 넘치는 문장이다 눈물샘에 비치는 한 방울 눈물만 봐도 다 알 것이다 * 2023년 3월 9일 목요일입니다. 어설픈 100개보다는 확실한 1개가 좋을 수 있습니다. 1당 100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