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299

꽃은 짧아서 _ 박노해

꽃은 짧아서                             박노해  봄날 아침이면마음이 설렌다 마을 산길에 첫 진달래가 피고첫 산매화가 피고 첫 생강나무꽃이 피고첫 히어리꽃이 피고 첫 산벚꽃이 날리고 꽃은 짧은 것!반복되는 일에 매달려첫 꽃 피는 날들을 놓친다는 건바보 같은 짓이다 생은 짧은 것!남들의 인정에 매달려꽃피는 날을 허비하는 건정말 슬픈 일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말해버렸다꽃은 짧아서, 생은 짧아서,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 2024년 4월 30일 화요일입니다.채우려는 생각을 버리면 허전함이 사라집니다.버리고 비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_ 신달자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신달자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오늘 나는 꽃 이름 하나를 더 왼다달빛 잠기는 강을 바라보며아름다운 시구를 욀 때내 눈은 더 깊어지고 그만큼 세상을더 안아들이면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오늘 나는 별 이름 하나를 더 왼다바람 부는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내가 마음으로 노래 부르면내 발 앞에 꿈꾸던 낙원이 열리고그만큼 평화로운 세상 안아들이면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 2024년 4월 25일 목요일입니다.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입니다.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당신 _ 유하

당신 유하 오늘밤 나는 비 맞은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서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제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은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 2024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 거리에 꽃망울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짜릿한 봄을 기대해 봅니다. 홍승환 드림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_ 이성선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이성선 아낌 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 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보이는 날이 많은데 너는 멀리 있으면서 매일 아프도록 눈에 밟혀 보이네. 산이 물을 버리듯이 쉼없이 그대에게 그리움으로 이른다면 이제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되리. 달 하나 가슴에 묻고 가는 시냇물처럼. * 2024년 3월 18일 월요일입니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당신에게 말걸기 _ 나호열

당신에게 말걸기 나호열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 2024년 2월 19일 월요일입니다. 마지막에 웃는 것보다 자주 웃는 게 더 좋은 인생입니다.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멀리 있기 _ 유안진

멀리 있기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찍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 2024년 2월 15일 목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든 쉬워지기 전에는 어려운 법입니다. 한 번 더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 사랑 _ 조현설

겨울 사랑 조현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평평한 널판 고루 나누어 조심스레 올라 서로를 마주하며 우리들 목숨 높이 뛰어오르는 널뛰기와 같아 내가 낮아지면 그대는 높아지고 끝내는 누구나 그렇게 높아지는 우리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내가 땅에서 땅을 다지는 사이 그대는 하늘에서 푸른하늘을 열고 내가 열린 하늘로 지붕을 엮는 사이 그대는 다진 땅에 기둥을 세우는 오늘 우리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누가 먼저 내려선 안될 널뛰기와 같아. *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일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법입니다. 좋은 결과를 위한 좋은 행동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또 기다리는 편지 _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입니다. 어떤 일은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한 법입니다. 기다리는 행복을 느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_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2023년 11월 24일 금요일입니다.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아침 공기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약이 없는 병 _ 김용택

약이 없는 병 김용택 그리움이, 사랑이 찬란하다면 나는 지금 그 빛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파서 못 견디는 그 병은 약이 없는 병이어서 병 중에 제일 몹쓸 병이더이다 그 병으로 내 길에 해가 떴다가 지고 달과 별이 떴다가 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없이 돌아흐르며 내 병은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그 병이 깊어져도 그대에게 이르지 못할 병이라면 이제 나는 차라리 그 병으로 내가 죽어져서 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 곁에 흐르고 싶어요 *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입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만의 색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