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421

기다림의 나무 _ 이정하

기다림의 나무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즘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2018년 1월 24일 수요일입니다.올 겨울 가장 추운 아침 날씨입니다.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겨울 아침에 _ 이해인

다시 겨울 아침에 이해인 다시 겨울 아침에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 2018년 1월 23일 화요일입니다.매서운 날씨의 겨울아침입니다.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즐거운 무게 _ 박상천

즐거운 무게 박상천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무중력 상태에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게를 갖지 못하지만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무게를 갖듯 우리는 서로의 몫을 끌어 당기며 서로의 무게를 확인한다. 너를 끌어당기는 힘을 버리고 지독한 어둠 속에서 유영의 홀가분함을 즐기는 것보다도 나는,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가 그 무게가 더 즐겁다. 무겁게, 더 무겁게 네 무게를 내 삶에 담으마. 오 즐거운 무게. * 2018년 1월 22일 월요일입니다.저녁부터 많은 눈이 오고 이번주 내내 한파가 온다고 하네요.한 주의 시작 월요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 _ 신혜경

사람 신혜경 한문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작대기에 비유한 사람 인(人)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람 인(人)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등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이 아슬하다 너와 나 사이가 아찔하다 * 2018년 1월 19일 금요일입니다.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좋겠다 _ 백창우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18년 1월 17일 수요일입니다.좋은 말은 좋은 옷보다 더 따뜻합니다.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낯선 곳 _ 고은

낯선 곳 고은 떠나라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인도네시아가 아니라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그리하여 할머니조차새로움이 되는 곳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도 버리고 떠나라떠나는 것이야말로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최초의 탄생이다.떠나라 * 2018년 1월 16일 화요일입니다.익숙하던 것들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낯선 새로움을 발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간 _ 조병화

시간 조병화 시간도 머물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안은 묵묵히 흐르는 유구한 시간도 발을 멈추고 사랑, 그 옆에서 기다려주곤 합니다. 덧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허무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무정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잔인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속절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 사랑 옆에선 발을 멈추고 시간이 중단된 우주를 마련해 주곤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러다간 사랑이 지나가면 겉잡을수 없는 시간의 속도, 아, 그러한 세월의 길을, 사람은 인생이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 2018년 1월 15일 월요일입니다.미세먼지와 함께 겨울비가 내린 촉촉한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건강하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사람의 손을 보면 _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 2018년 1월 12일 금요일입니다.어떤 결과를 만든 것은 결국 행동입니다.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_ 법정스님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법정스님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롭다고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없으면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 2018년 1월 11일 목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18년 1월 8일 월요일입니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