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_ 정유찬 아마도 정유찬 그리우면 무척 그리우면 꽃이 필까 바위에 피어서 꽃잎이 펄펄 날릴까 그리움처럼 한없는 그리움으로 날리는 꽃잎이 울까 울던 꽃잎이 그리움에 또 젖을까 그럴 거야 그러고도 남을 거야 * 2024년 2월 6일 화요일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아는 걸 실행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2.06
그네 _ 문동만 그네 문동만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구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 2024년 2월 5일 월요일입니다.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 법입니다. 적절히 흔들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2.05
지나간다 _ 천양희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 2024년 2월 2일 금요일입니다. 그래도 항상 겨울은 가고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2.02
정직한 시 _ 박노해 정직한 시 박노해 시가 되지 않는 건 정직한 것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배가 고프지 않아서이고 고독하지 않아서이고 여린 나무 같은 시의 지팡이 말고 붙들고 의지할 데가 많아서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고마운 일이다 시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대지에 떨어진 씨앗처럼 나직이 묻혀서 잉태의 침묵을 살아라 그러면 시적인 삶이 시를 낳아주리라 폭풍과 눈보라 길을 걸어온 뼈저린 진실의 말을, 나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단 하나의 말을, 정직한 시를 * 2024년 2월 1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자신감은 많은 준비에서 비롯됩니다.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2.01
별 한 점 _ 나태주 별 한 점 나태주 하늘에 별 한 점 흐린 하늘을 열고 어렵사리 나와 눈 맞추는 별 한 점 어디 사는 누구일까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그의 기도가 모여 별이 되었다 나의 마음과 나의 기도와 만나 더욱 빛나는 별이 되었다 밤하늘에 눈물 머금은 별 한 점 * 2024년 1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잘 보이지 않던 별이 유난히 잘 보이는 밤이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31
내일은 _ 배월선 내일은 배월선 복잡하게 살지 않을 거야 햇살이 풀리면 웃고 소나기 내리면 맞을 거야 내일은 굴곡진 삶의 장단에 맞추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대로 땅에서 물무늬 그릴 거야 내일은 우산을 쓰기도 하고 접기도 하는 거지 세상을 따르며 사는 거야 내일은 낯빛 바꾸지 말고 넓게 높게 깊게 타협하며 평정을 가슴에 담을 거야 내일은 기다려 주는 연습이 좋고 어깨를 내밀어 기댈 수 있게 푸른 향기 나누는 거야 내일은 * 2024년 1월 30일 화요일입니다. 연습을 했다고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만 완벽해 지는 법입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30
기울임에 대하여 _ 안오일 기울임에 대하여 안오일 책장 정리를 하는데 덜 찬 책꽂이의 책들이 자꾸만 빈 공간 쪽으로 쓰러진다 책 한 권 비스듬히 세워놓으면 되는데도 번듯한 폼에 어긋나므로 몇 번이고 바르게 세워보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결국 맨 끝 쪽 책을 약간 기울여 놓으니 기울임에 살짝 의지하여 바로 서는 책들, 기울인다는 건 불안한, 거슬리는, 한쪽이 낮아지는 그렇게 폼 잡을 수 없는 도둑맞은 생의 각도 같은 그 기울임이 다른 생을 일으킨다 애당초 기울임 속에 바로 선 것들이 살고 있다 * 2024년 1월 29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시선을 조금 기울여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29
꿈 _ 서홍관 꿈 서홍관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지 논두렁 개울가에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밥 먹으라는 고함소리도 잊어먹고 개울 위로 떠가는 지푸라기만 바라보는 열 다섯 살 소년이 되어보는 * 2024년 1월 26일 금요일입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꿈을 잃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26
겨울나기 _ 도종환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 2024년 1월 25일 목요일입..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25
쉼표 _ 이선명 쉼표 이선명 아침에 일어나 햇살에 잠을 말린다 마음의 아날로그를 찾아 시간을 깨우고 삶은 조금 더 낯설어졌다 낯선 것은 더 설레인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식사를 하고 가깝지만 멀었던 바다를 찾아가 내가 그리웠을 너에게 인사를 한다 지루하지 않은 평안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악취로 가득했던 욕망의 하모니들 거울 속 청년은 마음의 노인이 되기로 했다 몸이 가벼워야 멀리 갈 수 있다 가진 것의 반을 지난 길에 놓아둔다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담잠이 머무는 새벽 닭이 울기 전에 잠이 들기도 한다 내일은 비가 와도 좋을 것 같다 * 2024년 1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쉼표가 없으면 숨이 막혀 힘들어집니다. 적절한 때에 쉼표를 찍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