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335

순서가 없다 _ 천양희

순서가 없다 천양희 늙음도 하나의 가치라고 실패도 하나의 성과라고 어느 시인은 기막힌 말을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어느 선배는 의젓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 마음은 잡아도 잡아도 놓치고 마는 것 너무 고파서 너무 놓쳐서 사랑해를 사냥해로 잘못 읽은 사람도 있다고 나는 말하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고통은 위대한 것이라고 슬픔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다시 어느 시인은 피 같은 말을 하지만 모르는 소리마라 몸 있을 때까지만 세상이므로 삶에는 대체로 순서가 없다 * 2024년 3월 22일 금요일입니다. 행복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봄과 함께 기쁜 소식들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그 때 _ 이규경

그 때 이규경 사람들은 말한다. 그 때 참았더라면 그 때 잘 했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때 조심했더라면 훗날엔 지금이 바로 그 때가 되는데 지금은 아무렇게나 보내면서 자꾸 그 때만을 찾는다. * 2024년 3월 19일 화요일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후회해도 소용 없습니다. 지금을 먼 훗날 좋은 그 때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_ 이성선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이성선 아낌 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 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보이는 날이 많은데 너는 멀리 있으면서 매일 아프도록 눈에 밟혀 보이네. 산이 물을 버리듯이 쉼없이 그대에게 그리움으로 이른다면 이제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되리. 달 하나 가슴에 묻고 가는 시냇물처럼. * 2024년 3월 18일 월요일입니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은 잘 알고 있다 _ 임영준

봄은 잘 알고 있다 임영준 파릇한 그 손길은 누구에게 닿을까 어사무사 넘어가는 너희는 아니야 꽃가루가 날아가 어디 앉을까 겉과 속이 다른 그곳은 아닐 거야 혈맥을 타고 부단히 흐르다가 겨우내 잘 감내한 곳을 찾아가 활짝 희망이 되는 거야 * 2024년 3월 15일 금요일입니다. 출발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출발부터 해야 하는 법입니다. 수고롭게 움직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나룻배와 행인 _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2024년 3월 14일 목요일입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야 좋은 일이 생깁니다. 긍정의 씨앗을 뿌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현 위의 인생 _ 정끝별

현 위의 인생 정끝별 세 끼 밥벌이 고단할 때면 이봐 수시로 늘어나는 현 조율이나 하자구 우린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어차피 한 악기에 정박한 두 현 내가 저 위태로운 낙엽들의 잎맥 소리를 내면 어이, 가장 낮은 흙의 소리를 내줘 내가 팽팽히 조여진 비명을 노래할 테니 어이, 가장 따뜻한 두엄의 속삭임으로 받아줘 세상과 화음 할 수 없을 때 우리 마주 앉아 내공에 힘쓰자구 내공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지 모든 현들은 어미집 같은 한없는 구멍 속에서 제 소리를 일군다지 그 구멍 속에서 마음 놓고 운다지 * 2024년 3월 13일 수요일입니다. 익숙한 것, 편안한 것만 찾아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_ 권천학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권천학 봄이면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나뭇가지에도 걸터앉고 풀잎더미 위에도 주저앉는다 속눈썹에 엉겨 붙은 해의 살들이 오랜만의 외출을 눈부시게 한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한 떼의 시간들이 태엽을 탱탱하게 조여 감아서 쏘아대는 빛화살 그늘 속을 관통할 때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시간들이 푸득거렸고 주저않아 있던 풀잎들도 일어나 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 싹트는 소리로 초침을 닦기 시작한다. 모자를 벗어들고 돌아온 외출이 불면의 의자에 앉아 훔쳐온 황금 잔에 시간의 즙을 따라 마시는 봄 그리고 밤. * 2024년 3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자신 안에 있는 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루 되시..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_ 노여심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노여심 꽃은 피우는 거지 만드는 게 아니야 날마다 들여다보고 날마다 말 걸어서 새싹 쏘옥 나오게 하고 예쁘다 예쁘다 칭찬하면서 어린잎 키우는 거야 꽃받침 위로 꽃잎 터지면 조용! 말하지 말고 그냥 웃어줘야 해 그렇게 핀 꽃은 나를 보고 더 많이 웃을 걸 꽃 하고는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 2024년 3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때문에'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덕분에'라고 말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미라보는 어디 있는가 _ 정끝별

미라보는 어디 있는가 정끝별 미라보 하면 파리의 세느강 위에 우뚝 선 다리였다가 옥탑방 벽에 붙어 있던 바람둥이 혁명가였다가 물리학자였다가 정치가였다가 당신이었다가 퐁네프의 연인들이 달리는 사랑이었다가 미라보, 미라보 하면 신촌이나 부산 어디쯤 호텔이었다가 파리젠느 감자를 곁들인 스테이크였다가 벗은 다리를 감춰주던 침대시트였다가 영등포동에 있는 웨딩타운이었다가 당신 사는 상계동이나 대전의 아파트였다가 엔티크한 삼인용 소파였다가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 보낸 사랑이었다가 미라보, 미라보, 미라보 하면 세면대에서 놓쳐버린 은반지였다가 간곡히 비어 있는 꽃병 속 그늘이었다가 꼭꼭 숨어사는 누군가의 ID였다가 마른하늘에 살풋 걸리는 무지개였다가 문득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미라보, 미라보는 얼마나 격렬한가 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