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비빔밥 _ 박남수 4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 2024년 4월 4일 목요일입니다. 이제 정말 겨울옷들을 정리할 때가 온 듯 합니다. 봄을 흠뻑 맞이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4.04
죽 _ 문창갑 죽 문창갑 죽, 이라는 말 속엔 아픈 사람 하나 들어 있다 참 따뜻한 말 죽, 이라는 말 속엔 아픈 사람보다 더 아픈 죽 만드는 또 한 사람 들어 있다 * 2024년 4월 3일 수요일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뭐든지 시도해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4.03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_ 임영석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임영석 거미는 밤마다 어둠을 끌어다가 나뭇가지에 묶는다 하루 이틀 묶어 본 솜씨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어둠을 묶어 놓겠다고 거미줄을 풀어 나뭇가지에 묶는다 어둠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뭇가지가 휘어져도 그 휘어진 나뭇가지에 어둠을 또 묶는다 묶인 어둠 속에서 별들이 떠오른다 거미가 어둠을 꽁꽁 묶어 놓아야 그 어둠 속으로 별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거미가 수천 년 동안 어둠을 묶어 온 사연만큼 나뭇가지가 남쪽으로 늘어져 있는 사연이 궁금해졌다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따뜻한 남쪽으로 별들이 떠오르게 너무 많은 어둠을 남쪽으로만 묶었던 거미의 습관 때문에 나무도 남쪽으로만 나뭇가지를 키워 왔는가 보다 이젠 모든 것들이 혼자서도 어둠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수천 년 동안 거미..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4.02
나무들도 전화를 한다 _ 김륭 나무들도 전화를 한다 김륭 앞마당 빨랫줄에 앉았던 새 한 마리 갸웃갸웃 삼십 촉 알전구보다 작은 머리에 불이 들어왔나 보다 전화 왔나 보다 눈도 못 뜬 새끼들 배고파 운다고 동네 시끄러워 낮잠 한숨 못 자겠다고 나무에게 전화 받았나 보다 포동포동 살찐 배추벌레 한 마리 입에 물고 날아간다 꽁지 빠지도록 새끼들 찾아간다 벨소리 그치지 않는 공중전화 한대 놓인 나무의 가장 따스한 품속, 둥지 찾아 날아간다 나무들 가슴 새까맣게 타도록 다이얼을 돌린다 전화를 한다 * 2024년 4월 1일 월요일입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봐야 비로소 넓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야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4.01
봄 _ 반칠환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 2024년 3월 29일 금요일입니다. 푸른 싹들과 하얗고 노란 꽃들이 여가저기 보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9
멸치 _ 문순태 멸치 문순태 누가 너를 작고 못생겼다고 할까 너의 짧은 생은 참으로 치열했고 마지막 은빛 파닥거림은 장엄했다 너는 뗴 지어 다닐 때가 빛났고 혼자 있을 때는 늘 빳빳한 주검이었다 그 여리고 애처로운 몸으로 넓은 바다를 눈부시게 누볐던 너는 아직 내 안에서 희망이 되어 슬프도록 파닥거리고 있다 * 2024년 3월 28일 목요일입니다. 무언가를 반복하면 그게 바로 나 자신이 됩니다. 좋은 반복을 유지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8
당신 _ 유하 당신 유하 오늘밤 나는 비 맞은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서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제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은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 2024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 거리에 꽃망울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짜릿한 봄을 기대해 봅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7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_ 최숙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최숙 산을 오르며 산을 내려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정상은 멀었나요 세상은 절박한 오르막과 내리막 범벅이다 보이지 않은 정상 향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또 묻는다 정상은 멀었나요 나의 욕심 자작나무 껍질 마냥 덕지덕지해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돌멩이 굴러 정강이 때린다 정상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리고 마음을 바꾸어 먹고 난 후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 2024년 3월 26일 화요일입니다. 큰 마음을 써야 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범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6
그림자 찾기 _ 배영옥 그림자 찾기 배영옥 왜가리가 물속을 들여다본다 물결의 움직임을 두 눈과 긴 부리가 함께 본다 물이 물 밖의 왜가리를 올려다본다 물속에서 물 밖에서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마주칠 때, 허공에서 들끓는 간절함이여 서로 바라보다가 오직 보이는 것만 들여다보다가 끝내 채워지지 않는, 내가 나를 잊어버리고 사는 날들이 많아졌다 내가 나를 외면하는 날들이 늘어만 간다 * 2024년 3월 25일 월요일입니다.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입니다. 주고받을 줄 아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5
순서가 없다 _ 천양희 순서가 없다 천양희 늙음도 하나의 가치라고 실패도 하나의 성과라고 어느 시인은 기막힌 말을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어느 선배는 의젓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 마음은 잡아도 잡아도 놓치고 마는 것 너무 고파서 너무 놓쳐서 사랑해를 사냥해로 잘못 읽은 사람도 있다고 나는 말하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고통은 위대한 것이라고 슬픔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다시 어느 시인은 피 같은 말을 하지만 모르는 소리마라 몸 있을 때까지만 세상이므로 삶에는 대체로 순서가 없다 * 2024년 3월 22일 금요일입니다. 행복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