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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_ 김남조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에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을 쓰면 한 귀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2023년 8월 7일 월요일입니다. 올바르고 상식적인 말과 행동이 귀한 세상입니다.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매미 _ 정연복

매미 정연복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 2023년 8월 4일 금요일입니다. 외계인의 소리 같은 매미 소리가 아침 잠을 깨웁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_ 송유미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송유미 누룽지가 붙어서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눌어 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릇은 한 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 세상을 수십 년을 살면서도 마음 한 번 비우지 못해 청청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묻은 정(情)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면서도 제 가슴 하나 헹구지도 못하면서 오늘도 아침저녁을 종종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 2023년 8월 3일 목요일입니다. 무릇 리더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해야 합니다. ..

내가 웃잖아요 _ 이정하

내가 웃잖아요 이정하 그대가 지금 뒷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나는 괜찮을 수 있지요. 그대가 마시다가 남겨 둔 차 한 잔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듯이 그대 또한 떠나 봤자 마음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을 수 있지요. 가세요 그대, 내가 웃잖아요. 너무 늦지 않게 오세요. * 2023년 8월 2일 수요일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웃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길 _ 김광규

물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 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 보고 자기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 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 2023년 8월 1일 화요일입니다. 흐르는대로 가는 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정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눈 위에 쓴 시 _ 류시화

눈 위에 쓴 시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 2023년 7월 31일 월요일입니다. 귀를 열면 마음도 열리는 법입니다. 주변을 괴롭히는 아집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술에 취한 바다 _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이생진 城山浦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더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가다 술에 더 약하다 * 2023년 7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좋은 기운이 좋은 운을 부르는 법입니다. 스스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달팽이의 꿈 _ 이윤학

달팽이의 꿈 이윤학 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 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 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 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 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 결국은 힘겨운 짐 하나 벗으러 가는 길 희망은 날개로 흩어진 미세한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최초의 본능으로 미련을 버리자 또한 운명의 실패를 감아가며 덤프 트럭의 괴력을 흉내라도 내자 아니다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은 물 속에 잠겨 있어도 늘 제자리는 안될걸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입으로 깨물면 부서지고 마는 연체의 껍질을 쓰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 2023년 7월 27일 목요일입니다. 쌓이는 일들은 대부분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_ 이해인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인 바쁨 속에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나의 삶이 노래가 된다는 것은 그럭저럭 시간을 메우는 데 있지 않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여 정성껏 살아가는 데 있다 * 2023년 7월 26일 수요일입니다. 정성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끔은 _ 서정윤

가끔은 서정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댄다 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 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 2023년 7월 25일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거리를 두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