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6

잎 하나로 _ 정현종

잎 하나로 정현종 세상 일들은 솟아나는 싹과 같고 세상 일들은 지는 나뭇잎과 같으니 그 사이사이 나는 흐르는 물에 피를 섞기도 하고 구름에 발을 얹기도 하며 눈에는 번개 귀에는 바람 몸에는 여자의 몸을 비롯 왼통 다른 몸을 열반처럼 입고 왔다갔다 하는구나 이리저리 멀리멀리 가을 나무에 잎 하나로 매달릴 때까지 *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공기가 가을을 말해줍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풀밭에서 _ 조지훈

풀밭에서 조지훈 바람이 부는 벌판을 간다. 흔들리는 내가 없으면 바람은 소리조차 지니지 않는다. 머리칼과 옷고름을 날리며 바람이 웃는다. 의심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나즉히 바람이 되어 흐르는 소리. 어디를 가도 새로운 풀잎이 고개를 든다. 땅을 밟지 않곤 나는 바람처럼 갈 수가 없다. 조약돌을 집어 바람속에 던진다. 이내 떨어진다. 가고는 다시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에 나는 영영 살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풀밭에 쓰러진다. 던져도 하늘에 오를수 없는 조약돌처럼 사랑에는 뉘우침이 없다. 내 지은 죄는 끝내 내가 지리라. 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바람속에 간다. * 2023년 10월 6일 금요일입니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무척 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에 _ 서정윤

가을에 서정윤 꽃은 눈물,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태음력이 되어 나의 정원을 거닐고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아픔을 풀어줄 언어를 찾지 못할 때 외로움은 비처럼 젖는다 지나간 자신의 주검을 디디고 선 키 작은 꽃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 낯선 계절에 젖으며 목적 없는 발길의 힘없음, 인도주의, 박애주의조차 에고이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낙원의 꿈을 위하여 정원을 일구어 가지만 가을 꽃은 말이 없다 바람이 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말없이 꽃이 지고 또 그렇게 이 가을은 가는 거지만, 문득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무거운 어깨를 가눌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듬해의 꽃을 위해 썩어가는 나뭇잎. 그 속에 썩어가는 자신의 빛나는 눈빛을 발견해야 한다. * 2023년 10월 5일 목요일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

10월 _ 임영준

10월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 소(沼)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 합시다 * 2023년 10월 4일 수요일입니다. 넉넉한 추석 연휴 편히 쉬셨습니까? 건강하고 즐거운 10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가위 보름달 _ 정연복

한가위 보름달 정연복 해마다 음력 팔월 보름날이면 두둥실 달이 뜬다 온 세상 어둠 밝히는 환한 보름달 뜬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도 쉬이 울지 말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 많아도 마음 편안하게 먹으라고 넉넉한 모양의 동그란 보름달 떠오른다 깊어 가는 가을 구슬픈 풀벌레 소리도 그 푸근한 달빛에 젖어들면 더는 외롭지 않다 * 2023년 9월 27일 수요일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풍성하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을 파는 꽃집 _ 용혜

가을을 파는 꽃집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2023년 9월 25일 월요일입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아침 기온입니다. 추석 연휴가 있는 한 주, 행복한 시간들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시나무 _ 하덕규

가시나무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2023년 9월 22일 금요일입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괴테가 말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다로 가는 것은 _ 문인귀

바다로 가는 것은 문인귀 나는 지독히 노래가 부르고 싶을 때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는 참으로 많은 소리를 모아 나의 목청을 함께 해 주거든요 나는 정말 사랑을 하고 싶을 때 바다로 나갑니다 파도는 그리 많이 깨어지고도 결국은 하나로 되는 물로 남거든요 바다는 오늘보다는 내일에 있고파 바지런을 떨며 바람을 삼킵니다 그래서 바다는 살아 움직이는 가슴을 키우고 짙푸른 눈 하나만으로도 하늘을 대할 줄 아니까요 오늘도 나는 바다로 나갑니다 노래도 지독히 부르고 싶고 사랑도 정말 나누고 싶고 바람도 무척이나 마시고 싶고 그래서 나는 눈 하나로만 남는 그 바다가 될테니까요 * 2023년 9월 20일 수요일입니다.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리더가 되면 안됩니다. 진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푸른 지구 _ 나태주

우리들의 푸른 지구 나태주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하는 말 우리 오래 만나자 사랑하겠다는 말 대신에 하는 대답 우리 함께 오래 있어요 날마다 푸른 지구 내일은 더욱 푸른 지구 오늘은 네가 나에게 지구이고 내가 너에게 지구이다. * 2023년 9월 19일 화요일입니다.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계속 유지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_ 김현태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김현태 모두 다 꽃만을 기억할 뿐 그 꽃을 담고 있는 꽃병은 알아주지 않는다. 모두 다 별만을 올려볼 뿐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다 연극배우에게만 박수를 보낼 뿐 무대 위에 대못으로 박아세운 소나무 소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 다 엘리베이터의 고마움만 알 뿐 계단의 우직함은 모른다. 모두 다 흔들거리는 갈대를 사랑할 뿐 갈대밭에 사는 바람은 기억하지 않는다. 모두 다 이루어진 사랑만 축하할 뿐 이루지 못한, 그리움만 간직한 애달픈 사랑은 까마득히 알지 못한다. * 2023년 9월 18일 월요일입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는 법입니다. 해야할 때를 놓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