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6

빗속으로 _ 김기만

빗속으로 김기만 비 내리는 날은 기다리는 사람으로 남은 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비 흩날리며 그어놓은 창가에 꿈결처럼 부서지는 눈물빛 추억도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빗속으로 오십시오 우산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빗속으로 다시 돌아와도 그대 사라진 거리엔 낙엽들만 반짝이며 세월지는데 가을 속으로 오십시오 기다림에 지쳐 바람 되어도 창가에 흐르는 내 모습은 아직도 그리움으로 타오를 수 있는 초 하나로 이미 행복합니다 빗속으로 오십시오 낙엽 한 장 가슴에 담고 가을 속으로 오십시오 * 2023년 9월 13일 수요일입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는 아침입니다. 차분하게 하던 일을 지속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새벽 편지 _ 곽재구

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2023년 9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

다림질을 하며 _ 오은석

다림질을 하며 오은석 물을 뿜어 구겨진 옷자락을 다림질 한다 접혀진 구김살마다 서려 있는 일상의 흔적 비우지 못한 마음 크고 작은 잘못으로 하루는 온통 주름투성이 아침마다 얼룩진 어제를 다림질해도 또 어느새 여기저기 생겨나는 주름투성이 구겨진 옷을 다리듯 잘못을 펴는 일은 또 하나 나를 찾는 고된 작업 찬란한 내일을 위해 이슬 뿜어 구겨진 오늘을 뜨겁게 뜨겁게 다림질 한다 * 2023년 9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당연히 안 되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_ 윤수천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윤수천 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 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 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 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감추어지고 깊이 묻힌다. 사람과 사람 사이 비로소 그윽해지는 것 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그리하여 향기를 지니는 것 사랑은 침묵으로 성숙할 뿐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2023년 9월 7일 목요일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9월이 오면 _ 김사랑

9월이 오면 김사랑 들에다 바람을 풀어주세요 타오르는 불볕 태양은 이제 황금 빛으로 바꿔주시고 거두어 두릴 것이 없어도 삶을 아프게 하지 마소서 그동안 사랑없이 산 사람이나 그동안 사랑으로 산 사람이나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 주시고 풍요로운 들녘처럼 생각도 여물어 가게 하소서 9월이 오면 인생은 늘 즐겁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슬픔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시고 가벼운 구름처럼 살게 하소서 고독과 방황의 날이 온다해도 사랑으로 살면 된다 하였으니 따가운 햇살과 고요히 지나는 바람으로 달콤한 삶과 향기를 더해 아름다운 생이게 하소서 진실로 어둔 밤하늘 빛나는 별빛과 같이 들길에 핀 풀꽃처럼 마음에 쌓여드는 욕심을 비워두시고 참으로 행복하기만 하소서 * 2023년 9월 6일 수요일입니다. 닳고 닳은 길에도 한 번..

좋은 것 _ 김남조

좋은 것 김남조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엣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깃들기에 그러하다 * 2023년 9월 5일 화요일입니다. 아무리 생떼를 써봐도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좋은 것을 기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서로가 꽃 _ 나태주

서로가 꽃 나태주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싶었지? 생각 많이 났지? 나 아플 때 너 걱정됐지? 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가 기도이고 꽃이다. * 2023년 9월 4일 월요일입니다.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요청은 폭력이 됩니다. 부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홍승환 드림

오렴 _ 백창우

오렴 백창우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 2023년 9월 1일 금요일입니다. 한 주는 끝나지만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하루입니다. 새로운 한 달도 행복한 하루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람을 사랑하며 _ 이동진

사람을 사랑하며 이동진 이 땅에 살아가면서 무언가 눈에 띄는 일을 하기보다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내 땅을 넓게 가지려하기보다는 빈터마다 은은한 백향목을 심으며 살고 싶다. 나무향을 맡으며 때로 감동하여 풀밭에라도 펄쩍 누우면 하늘빛 푸르름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내를 이루어 흐르는 물 위에는 기쁨이 출렁거리는데 한 몇 십년 살아가는 게 이렇게 고마운 것이라면 살며... 살며...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 2023년 8월 30일 수요일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먼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늘어지고 있다 _ 박노해

가늘어지고 있다 박노해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지나가고 장마가 지나가고 가야 할 것이 지나가고 있다 햇살이 가늘가늘 바람이 가늘가늘 꽃잎이 가늘가늘 모든 것이 가늘어지고 있다 그대 눈빛이 가늘어지고 내딛는 걸음이 정연해지고 내 안이 섬세해지고 있다 투명한 비움 선선한 고요 은미한 성숙 지나갈 것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올 것이 걸어오고 있다 추상(秋霜)의 때가 오고 있다 성큼, 가을이 마주오고 있다 * 2023년 8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옳은 선택은 많은 경험에서 나오고, 좋은 경험은 모든 실수에서 얻어집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