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인생의 길 _ 정연복

인생의 길 정연복 인생의 길은 산행(山行) 같은 것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편안한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의 길이 길면 내리막의 길도 덩달아 길어진다 그래서 인생은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것 완전한 행복이나 완전한 불행은 세상에 없는 것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슬픈 날에는 인생의 오르막을 걷고 있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라 머잖아 그 오르막의 끝에 기쁨과 행복의 길이 있음을 기억하라 내가 나를 위로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그래서 알록달록 총천연색 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고달파도 고마운 길이여 오! 너와 나의 인생의 길이여 * 2022년 5월 24일 화요일입니다. 언제나 좋음과 나쁨을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정호승

길 정호승 나 돌아갈 수 없어라 너에게로 그리운 사람들의 별빛이 되어 아리랑을 부르는 저녁별 되어 내 굳이 너를 마지막 본 날을 잊어버리자고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울어보아도 하늘에는 비 내리고 별들도 길을 잃어 나 돌아갈 수 없어라 너에게로 * 2022년 5월 23일 월요일입니다. 새벽에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었습니다. 손기정, 차범근,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자랑스런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초대 _ 류시화

초대 류시화 손을 내밀어 보라 다친 새를 초대하듯이 가만히 날개를 접고 있는 자신에게 상처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 언 꽃나무를 초대하듯이 겹겹이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자신에게 신비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 부서진 적 있는 심장을 초대하듯이 숨죽이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에게 기쁨에게 * 2022년 5월 20일 금요일입니다. 가끔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족함을 즐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밑줄 사용처 _ 김제숙

밑줄 사용처 김제숙 한 자락 달빛 당겨 머리맡에 걸어두고 읽던 책 펼쳐서 떠듬떠듬 길을 가다 내 삶의 빈 행간 채울 밑줄을 긋는다 한눈팔다 깨진 무릎 상처가 저문 저녁 난독의 삶 어디쯤에 밑줄을 그었던가 헛꽃만 피었다 스러진 내 사유의 빈집 기울은 어깨 위에 허기 한 채 얹고서 다 닳은 더듬이로 하나씩 되짚어 가며 접어둔 밑줄을 꺼내 내 미망을 꿰맨다 * 2022년 5월 19일 목요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들키지 말아야 할 감정을 조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_ 정호승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 2022년 5월 18일 수요일입니다. 자신이 못 보는 걸 다른 사람이 보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걸 자신이 봤다고 우쭐해서는 안됩니다. 주변을 이해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섬 _ 김민형

섬 김민형 멀리서 기적이 왔네 항구에 닿을 무렵 안개에 싸였네 바람에 떠도는 이야기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기적은 생각보다 먼저 왔다네 나중에 노래해야 할 슬픈 사랑도 미리 찾아와 파도쳤네 * 2022년 5월 17일 화요일입니다. 어른이란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입니다. 다독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난생처음 봄 _ 김병호

난생처음 봄 김병호 풀 먹인 홑청 같은 봄날 베란다 볕 고른 편에 아이의 신발을 말리면 새로 돋은 연두빛 햇살들 자박자박 걸어 들어와 송사리떼처럼 출렁거린다 간지러웠을까 통유리 이편에서 꽃잠을 자던 아이가 기지개를 켜자 내 엄지발가락 하나가 채 들어갈까 말까한 아이의 보행기 신발에 봄물이 진다 한때 내 죄가 저리 가벼운 때가 있었다 * 2022년 5월 16일 월요일입니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또 다른 방법이 있는 법입니다. 늘 하던 대로 해보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퓨즈가 나간 숲 _ 한혜영

퓨즈가 나간 숲 한혜영 퓨즈가 나간 숲은 깜깜하다. 나무 꼭대기 새집조차 어둡다. 길이란 길은 모두 지워지고 온전한 것이 있다면 푸르던 기억에 항거하는 단단한 그리움이다. 한 계절 사랑의 불 환하게 밝혔던 나무들 열매들 그리고 새들, 그 사랑의 흔적을 죄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물론 그냥 상처다. 이 겨울의 어둠 아니 한줄기 빛을 참고, 그래 빛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상처가 되었나. 눈부신, 찬란한, 아름다운 따위의 형용사와 눈이 맞아 저지른 빛의 횡포, 가지마다 넘치는 축복인양 위선의 잎새 덕지덕지 달아주며 오늘의 상처를 마련했었다. 누구라도 헛발 자주 내딛고 나뒹굴던 시절, 쌈짓돈 마냥 숨겨둔 사랑의 잎새 하나만 있어도 가슴은 이리 훗훗한 그리움이다. 어딘가에 한 뭉치 퓨즈가 분명 있을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얼굴 _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 2022년 5월 12일 목요일입니다. 너무 많은 걸 담다 보면 핵심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많이 덜어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_ 배연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 일곱 빛깔 선연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고운 음률처럼 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 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 바다 위에 내리는 은빛 달빛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 2022년 5월 11일 수요일입니다. 결심을 하고 열심히 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 마음을 다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