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성탄편지 _ 이해인

성탄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

12월의 독백 _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2020년 12월 22일 목요일입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정리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Plan-Do-See의 순환구조에서 검토하고 보완해..

겨울의 꽃을 피우네 _ 정유찬

겨울의 꽃을 피우네 정유찬 문틈 사이로 찬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미는 추운 날에도 훈훈하게 맘 쓰는 사람들 사랑스런 눈망울 맑은 웃음은 이 골목 저 골목 구불구불 돌며 향기로 가득한 겨울의 꽃을 피우네 세상이 어려워도 아름다운 마음 있으니 까마귀 깍깍 울어도 기쁜 소식 전해다오 까치야 * 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절기상 동지입니다. 관계란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오는 법입니다.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공감하고, 먼저 칭찬하고, 먼저 웃으면 그 따뜻한 것들이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홍승환 드림

가고 오지 않는 사람 _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입니다. 약한 눈발이 날리는 겨울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웃음은 인생의 약이다 _ 알랭

웃음은 인생의 약이다 알랭 아름다운 옷보다는 웃는 얼굴이 훨씬 인상적이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으로 넘겨라. 찡그린 얼굴을 펴기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도 따라서 펴지는 법이다. 웃음은 가장 좋은 화장이고 건강법이다. 웃음은 인생의 약이다. *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평소 얼굴로 만들어진 인상이 나오는 법입니다. 한바탕 웃음으로 마음의 주름을 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길 _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입니다. 현재의 상태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입니다. 멋진 미래의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샤나건 웃지요 * 2020년 12월 11일 금요일입니다. 어떤 일도 허허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게 진정한 해탈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 _ 조병화

겨울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 2020년 12월 10일 목요일입니다. 첫 눈이 올 지 모른다는 일기예보입니다. 첫걸음, 첫등교, 첫사랑, 첫만남, 첫출근... 처음의 그 마음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당을 쓸었습니다 _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2020년 12월 9일 수요일입니다. 배려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는 사람의 얼굴과 불평불만하는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집니다. 자신의 얼굴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벼워지기 _ 이무원

가벼워지기 이무원 채우려 하지 말기 있는 것 중 덜어내기 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 애써 덜어내 가벼워지기 쌓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높이 높이만큼 쌓이는 고통 기쁜 눈물로 덜어내기 감사기도로 줄여가기 날개가 생기도록 가벼워지기 민들레 꽃씨만큼 가벼워지기 * 2020년 12월 8일 화요일입니다. 가벼워지지 못하면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 버리고 줄이고 비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