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2020년 9월 24일 목요일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