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시 210

마음세탁소 _ 김종제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4월의 시 _ 김철기

4월의 시 김철기 산에는 땅의 입김 새벽이슬 먹고 새잎 실바람 타는 종달새에 내 눈 머문다 산비탈 오르는 발걸음 걸음마다 흐르는 땀방울은 여름인 듯하고 화들짝 놀란 진달래꽃 곱디곱게 생생한데 노송의 솔향 사방으로 흩날린다 이 아름다운 세상 하얀 바람 흔들어 내 가슴 확 당긴다 나도 나서니 그대도 따라나선다 * 2019년 4월 8일 월요일입니다. 주말 사이 거리마다 봄꽃들이 활짝 피었네요. 한 주의 시작 활기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처럼 오는 당신 _ 정유찬

봄처럼 오는 당신 정유찬 추운 날 그토록 기다리던 당신이 봄처럼 옵니다 간간이 흩날리던 눈발조차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투명한 아지랑이로 봄날과 함께 다가오는 당신은 그리움의 환영처럼 아득하고 손에 잡히지도 길게 머물지도 않을 야속한 사람이지만 순식간에 제 마음을 꽃과 풀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신비한 사람입니다 아! 잔디 위를 구르는 햇볕 나무 위를 걷는 바람 정겨워라 제가 당신 안에서 봄을 느끼고 당신이 다시 봄처럼 저를 품에 안으니 새파란 새싹처럼 제가 노래합니다 노란 병아리처럼 행복합니다 * 2019년 4월 3일 수요일입니다. 게으른 봄이 오랜만에 부지런을 떠는 아침입니다. 봄기운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19년 4월 2일 화요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맞은 맑은 하늘, 봄바람처럼 상큼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_ 법정스님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법정스님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에 따른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 흐르는 강물은 같은 강물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강물은 이렇듯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늘 새롭다. * 2019년 4월 1일 월요일 만우절입니다. 새로움이 없으면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한 주의 시작 새롭..

3월의 기도 _ 안성란

3월의 기도 안성란 날마다 부르는 노래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잔잔히 흐르는 언어의 무대는 입술이 아니고 마음이게 하소서. 오랜 벗이 아니어도 반가운 표현을 할 줄 알고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의 향내가 풍기는 행복을 알게 하소서. 꽃이 있어 나비가 되고 벌이 있어 꿀이 되는 아름다운 이치를 깨달아 인연의 소중함을 따뜻이 안고 살게 하소서. 검은색이 싫다고 타인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하얀색을 좋아하는 자신의 착오로 오늘과 내일을 비교치 말게 하소서. * 2019년 3월 29일 금요일입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선물받은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몽당연필 _ 이해인

몽당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 없으면 바보 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 2019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인간은 해결하기 쉬운 것부터 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하지만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만이 성공을 안겨다줍니다.어려운 걸 먼저 시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동화같은 그런 일이 _ 박현자

동화같은 그런 일이 박현자 詩를 써서 땅에 묻으면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 뿌리 내리고 열매 맺어 온누리에 향기 날아갔음 좋겠다 이듬해 그 詩 한 편 또 다시 심으면 주렁주렁 열매 맺어 광주리마다 풍성하게 詩를 따 담아두고 사는 것 힘들 때 때때로 우울할 때 가끔씩 맘 허전할 때 한 편씩 꺼내어 음미 할 수 있음 좋겠다 풋사과처럼 바라만 보아도 입안 가득 싱그러움 맴도는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음 좋겠다. * 2019년 3월 26일 화요일입니다.가끔은 동화같은 일들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꽃샘추위 _ 정연복

꽃샘추위 정연복 이별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 겨울 끝자락의 꽃샘추위를 보라 봄기운에 떠밀려 총총히 떠나가면서도 겨울은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어디 겨울뿐이랴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바람 같은 세월에 수많은 계절이 흘렀어도 언젠가 네 곁을 떠난 옛 사랑의 추억이 숨결처럼 맴돌고 있으리 * 2019년 3월 22일 금요일입니다.꽃샘추위가 겨울과의 이별을 아쉬워 하고 있네요.시간이 맞지 않으면 인연이 안 되는 법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평행선 _ 김남조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 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도 없지만은 둘이 되어본 적도 없습니다 * 2019년 3월 15일 금요일입니다.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완벽하게 다릅니다. '앎'이 '경험'을 통해 '이해'로 전환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