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1431

오늘은 행복하다 _ 김후란

오늘은 행복하다                            김후란  별들이 뜬 강물이다황홀한 노랫소리 함께 흐른다 너의 손을 잡고밤이 깊어도 세월이 가도바다에 합쳐지는 먼 그날을 향해끝없이 별을 주우며 흘러간다 별과 노닐며이 세상 어느 기슭에나눈물 젖은 사랑의 말 꽃 피우는열정의 언어속 깊은 정 넘치는 그 눈빛에가슴이 벅차올라 부서지면서 오늘은 행복하다 이 강물에함께 취해 흐르는꿈길이다  * 2024년 4월 26일 금요일입니다.정제되지 않은 날것들이 주는 힘이 있습니다.그리고 거기에는 불편함도 같이 있기 마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_ 신달자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신달자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오늘 나는 꽃 이름 하나를 더 왼다달빛 잠기는 강을 바라보며아름다운 시구를 욀 때내 눈은 더 깊어지고 그만큼 세상을더 안아들이면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오늘 나는 별 이름 하나를 더 왼다바람 부는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내가 마음으로 노래 부르면내 발 앞에 꿈꾸던 낙원이 열리고그만큼 평화로운 세상 안아들이면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 2024년 4월 25일 목요일입니다.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입니다.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자의 두꺼비 _ 권대웅

장자의 두꺼비 권대웅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장자가 일러주었다 두꺼비와 능구렁이를 보아라 알을 밴 두꺼비를 잡아먹은 능구렁이가 두꺼비의 독에 의해 죽고 오히려 죽은 두꺼비의 알은 깨어나 죽은 능구렁이 몸을 파먹고 두꺼비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두꺼비가 능구렁이에게 잡아먹히지만 실상은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와 같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 2024년 4월 22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용기는 줄어듭니다.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햇빛이 말을 걸다 _ 권대웅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 2024년 4월 19일 금요일입니다. '언젠가'라는 진통제에 길들여지면 안 ..

봄 _ 김필연

봄 김필연 봄은 그 이름만으로도 달뜬다 예서 제서 쭈뼛거리는 것들 쭈뼛거리다 돌아보면 터지고 터지다 못해 무덤덤한 심장까지 쫓아와 흔들어대는 연초록 생명에 오색 꽃들에..., 하늘마저 파래 주면 꽃잎 날리듯 심장도 풋가슴으로 춤을 춘다 애먼 것 둘러대어도 이유가 되고 용서가 될 것만 같은 봄, 봄. * 2024년 4월 18일 목요일입니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행운목 _ 유홍준

행운목 유홍준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 2024년 4월 17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기회와 인연으로부터 종종 위대한 업적이 시작됩니다. 편견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뒷심 _ 정끝별

뒷심 정끝별 모든 그림자는 빛의 뒤편으로 무너진다는데 모든 풀은 바람 뒤로 밀리고 바람 뒤로 눕는다는데 모든 줄다리기는 뒤편을 향해 당겨진다는데 모든 말은 침묵 뒤편으로 고인다는데 모든 사람들은 뒤가 실해야 당당히 설 수 있다는데 모든 사랑은 기다림 뒤편에서 완성된다는데 모든 그림자에게 뒤는 내려앉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풀에게 뒤는 맞서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줄다리기에서 뒤는 버티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말에게 뒤는 숨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뒤는 돌아보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사랑에게 뒤는 젖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앞에 대항하는 바로 그 심心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입니다. 비 내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304명의 안타까운 넋을 기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마음의 문 _ 윤성택

마음의 문 윤성택 문밖에 그가 와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가늘고 긴 문장마다 초록의 단어를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가끔씩 바람으로 발음하는 햇살의 떨림이 들렸다. 나는 오래 전부터 빈집이었으나 누구도 들여놓지 못할 마음이 떠난 자리였으나 그는 문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이 문을 열어주고 싶다. * 2024년 4월 15일 월요일입니다. 꽃이 지고 나서야 초록이 선명해지는 법입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