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55

뿌린 만큼 받는 양식 _ 하영순

뿌린 만큼 받는 양식 하영순 달콤한 사탕보다 고통의 쓴맛이 나를 키우는데 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태풍이 지난 후에 맑은 강물을 보듯 큰일을 치른 사람은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늘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복을 짓는다 생각하고 오늘이 행복하면 그동안 지어놓은 고통의 대가인 복을 받는 것이려니 그래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세인들은 말들을 하지! * 2024년 2월 26일 월요일입니다. 무언가 잘 돌아가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건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감사하는 하루 보내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하는 별 하나 _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2024년 2월 23일 금요일입니다. 사소한 것들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니까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하얀 눈밭에 _ 하영순

하얀 눈밭에 하영순 시골길 하얗게 쌓인 눈밭에 강아지처럼 뒹굴고 싶어 자동차를 세워놓고 마음은 뒹굴고 나는 걸었다 발자국 하나 없는 옥양목 같은 눈밭 뽀드득 뽀드득 들리는 소리 눈이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한참을 걷다 돌아오면서 그 말뜻을 알았다 이 형광등 네 발자국을 보라는 말이었구나 눈밭에 그대로 흘려 놓은 내 마음 살며시 지켜보는 저 햇살 에구 부끄러워라! * 2024년 2월 22일 목요일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우산 속으로 비 소리는 내린다 _ 함민복

우산 속으로 비 소리는 내린다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 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 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는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 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겨울을 지키는 나무 _ 김길자

겨울을 지키는 나무 김길자 동장군아 내 살갗을 비집고 깊숙이 들어오는 냉혹한 겨울바람에 나는 걸칠 옷도 없어 춥다 너희들과 동거하는 그때부터 손등이 에이는 잔인한 날에도 마음만은 얼지 않으려 온 힘을 다 기울이었다 강촌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온 산에 뿌옇게 물들이다 말고 사라지듯 하루살이 해도 질 때면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며 한파에도 봄을 키우려는 나무에게 함박눈 받는 은총은 긴 기다림의 축복이었다 * 2024년 2월 20일 화요일입니다.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면 붐비지 않습니다. 부지런하게 조금 먼저 출발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당신에게 말걸기 _ 나호열

당신에게 말걸기 나호열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 2024년 2월 19일 월요일입니다. 마지막에 웃는 것보다 자주 웃는 게 더 좋은 인생입니다.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_ 나희덕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나희덕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 2024년 2월 16일 금요일입니다. 꾸준함이 쌓이면 실력이 됩니다. 오늘도 실행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멀리 있기 _ 유안진

멀리 있기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찍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 2024년 2월 15일 목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든 쉬워지기 전에는 어려운 법입니다. 한 번 더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이슬의 말 _ 김상길

이슬의 말 김상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요 덧없이 그냥 말라버리는 줄 알았나요? 꽃이 그처럼 생기 있게 웃는 것은 나무가 그처럼 싱그럽게 팔을 벌리는 것은 스며들어 스며들어 생명을 아낌없이 주었기 때문인걸요 소리도 없이 없어지다니요 연기처럼 그냥 사라지는 줄 알았나요? 들판이 그처럼 소리치는 것은 냇물이 그처럼 춤추는 것은 스며들어 스며들어 노래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인걸요 꺼진 불처럼 죽어 없어지지 않아요 깊은 땅 속까지 스며들어 스며들어 샘으로 다시 태어나는데요 * 2024년 2월 14일 수요일입니다. 천천히 스며들어 완전히 흡수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싹 _ 김지혜

싹 김지혜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비닐봉지 안 감자들은 서로를 억세게 부둥켜안았다 어른 손가락만큼 자라난 독줄기로 전생까지 끈끈히 묶었다 물컹한 사체에서 기어나와 처절히 흔들리는 아직 나 죽지 않았소, 우리 아직 살아 있소 생명 다한 모체를 필사적으로 파먹으며 비닐봉지 안의 습기와 암흑을 생식하며 저 언어들은 푸르게 살아남았다 싹 난 감자알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본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어는 사이 나를 비켜간 저 푸른 인연의 독 * 2024년 2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이 피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