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구름처럼 사는 것도 _ 김철현

구름처럼 사는 것도 김철현 무게조차 부끄럽지 않은 혹은 하얗든지 간혹은 시커먼 마음에 담은 대로 부어버리는 네가 부럽다. 때로는 가슴에 머금은 대로 쏟아버리는 네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시원스레 훌훌 미련 없는 날갯짓 그 너머로... * 2022년 12월 2일 금요일입니다. 무거운 걸 갖고 가볍게 움직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미련 없이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12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품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 2022년 12월 1일 목요일입니다. 한..

흰죽 한 그릇 _ 고영민

흰죽 한 그릇 고영민 무엇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는 비싼 정찬을 먹을 때가 아니라 그냥 흰죽 한 그릇을 먹을 때 말갛게 밥물이 퍼진, 간장 한 종지를 곁들여 내온 흰죽 한 그릇 늙은 어머니가 흰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서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 저어주고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부어주는, 좀 더 퍼지게 할까 쌀알이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불을 끌까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죽만 내려다보며 죽만 생각하며 끓인 호로록,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떠 죽 위에 쓰윽, 그림을 그리며 먹는 * 2022년 11월 30일 수요일입니다. 가장 기본이 가장 좋을 때가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정작 감사한 것들 _ 차진배

정작 감사한 것들 차진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 속에 가득차 있었다 초라한 모든 것을 끌어 안아야하고 불의로운 모든 것을 바르게 펴야한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의 가슴 속에 우리 가슴 깊은 곳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아쉬웠지만 충분히 짜릿했던 밤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팀을 기대합니다. 홍승환 드림

방문객 _ 정현종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2022년 11월 28일 월요일입니다.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새로운 한 사람을 만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쉼표 _ 이선명

쉼표 이선명 아침에 일어나 햇살에 잠을 말린다 마음의 아날로그를 찾아 시간을 깨우고 삶은 조금 더 낯설어졌다 낯선 것은 더 설레인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식사를 하고 가깝지만 멀었던 바다를 찾아가 내가 그리웠을 너에게 인사를 한다 지루하지 않은 평안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악취로 가득했던 욕망의 하모니들 거울 속 청년은 마음의 노인이 되기로 했다 몸이 가벼워야 멀리 갈수 있다 가진 것의 반을 지난 길에 놓아둔다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단잠이 머무는 새벽 닭이 울기 전에 잠이 들기고 한다 내일은 비가 와도 좋을 것 같다 *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입니다. 가벼워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 방울의 그리움 _ 이해인

한 방울의 그리움 이해인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 2022년 11월 23일 수요일입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응원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 _ 황금찬

아침 황금찬 아침을 기다리며 산다. 지금은 밤이래서가 아니고 아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을 맞으면 또 그 다음의 아침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아침을 이미 맞았고 또 맞으리 하나 아침은 기다라는 것이다. 이미 맞은 아침은 아침이 아니었고 이제 맞을 아침이 아침일 것 같다.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그 아침에 날아올 새 한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입니다. 긍정의 기운이 주변을 밝게 만드는 법입니다. 한숨 대신 미소를 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안부 _ 최원정

11월 안부 최원정 황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고 지난 추억도 갈피마다 켜켜이 내려앉아 지나는 이의 발길에 일없이 툭툭 채이는 걸 너도 보았거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식 넣어 맑은 이슬 한 잔 하자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 끝내고 나서 *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입니다. 때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