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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 꽃 한송이 _ 신경림

돌 하나, 꽃 한 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로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입니다.갈피를 못 잡을 때에도 대부분은 나아가고 있는 법입니다.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움직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One Stone, One Flower ..

우리가 물이 되어 _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입니다.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단 본인을 바꾸는 게 수월한 방법입니다.물처럼 유연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별을 보며 _ 유재영

별을 보며 유재영 어느 날 먼 빛깔로 가만히 다가와서조금만 스쳐도 쨍그렁! 소리 날 듯저리도 오랜 설레임, 연둣빛 가슴이여 그리움도 하늘 닿으면 나도 하나 별이 될까오늘처럼 흰 이마가 젖도록 푸른 밤은누군가 함께 가야 할 그런 길이 보인다 *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입니다.매일 성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살아낼 수는 있습니다.버텨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By Stargazing Yu Jae-young One day, you softly approached in a distant hue,As if the sl..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_ 김기만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견뎌야만 하는 것은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을아직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그리고뒤돌아 설 수 있는 뒷모습을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입니다.가을비가 장마비처럼 내리는 아침입니다.훅 다가온 가을에 감기 조심하세요. 홍승환 드림 ==================..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_ 홍영철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홍영철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지금은 지워진, 아니 희미해진마음의 꽃밭 하나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결코 스스로 열리지 않는 낡은 창문 너머내가 말하면바다가 되었다가 강물이 되었다가때로는 하늘로 열리는 오솔길이 되는굳이 말하지 않고 바라보아도슬픔이 되었다가 기쁨이 되었다가상처를 감싸는 가슴도 되는여기 아주 따뜻한 꽃밭 하나 있었어요꽃밭 속에 노래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바람만으로도 배를 채우시던 어머니햇빛만으로도 힘을 키우시던 아버지그가 피워냈을까지금은 없는, 아니 없을 수 없는마음의 꽃밭가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 2025년 10월 10일 금요일입니다.가끔은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추석은 _ 김사빈

추석은 김사빈오랫동안 잊고 살았던고향집 뒷마당 감나무에주렁주렁 매달린 보름달이다.달밤에 달구 잡기 하다 넘어져무릎이 깨어져 울던 일곱 살이다한참 잊고 살다 생활에 지쳐고향 생각나면 달려가던뒷동산에 만나던 첫사랑이다.큰어머니가 해주던 찹쌀 강정과송화 가루로 만든 다식이다울담 안에서 오가던 정을건네주던 푸성귀 같은내 사랑 여인아책갈피 속에 곱게 간직한진달래 꽃잎 같은 내 친구야괴롭고 힘들 때영혼의 안식처내 쉼터인 것을* 2025년 10월 2일 목요일입니다.넘어져 본 사람만이 일어서는 법을 알 수 있습니다.추석연휴 쉼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홍승환 드림

공전 _ 정끝별

공전 정끝별 별들로 하여금 지구를 돌게 하는지구로 하여금 태양을 돌게 하는끌어당기고부풀리고무거워져문득, 별을 떨어지게 하는저 중력의 포만 팔다리를 몸에 묶어놓고몸을 마음에 묶어놓고나로 하여금 당신 곁을 돌게 하는끌어당기고부풀리고무거워져기어코, 나를 밀어내게 하는저 사랑의 포만 허기가 궤도를 돌게 한다 * 2025년 10월 1일 수요일입니다.아주 작은 변화가 가장 멀리 데려다줄 지도 모릅니다.좋은 변화를 시작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evolution Jeong Kkeutbyeol That which makes the stars re..

삶 _ 이정하

삶 이정하 무작정 밤열차를 타본 적이 있습니까?플랫폼의 가로등이 소슬히 비에 젖고 있을 때비옷을 입은 역무원이 혼자 깃발을 흔드는 것을무심코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삶이란 것도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도저렇게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것은 아닐까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밤열차에 몸을 실은 적이 있습니까? * 2025년 9월 30일 화요일입니다.기다림은 시간이 아니라, 신념을 견디는 일입니다.믿고 기다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Life Lee jeong-ha Have you ever taken an overnight tra..

배틀그라운드 _ 문보영

배틀그라운드 문보영 너는 설원의 우주선 발사 기지에 가보고 싶었네 나는얼어붙은 강이 보고 싶었네 그러나 원이 영 다른 데생겨서 우리는 한 방향으로 뛸 수 있었네 눈으로 덮인 작은 섬은 뒷모습을 연습하기에 좋은장소네 현실이 조준이 잘 안 되네 나는 네 손을 잡고싶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쭉 내 뒤에 서 있었네 나는 나의뒷모습만을 바라봤네 나는 관전만 해왔네 뒤돌아보지않고도 나는 내 뒤가 보이네 내 뒤에 있다고 해서 내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아니네 필요한 건 사람을 만나도 죽지 않는 경험이네 그런 세상을 믿는자는 게임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네 누가 내 등 뒤를 털어 갔네 * 2025년 9월 29일 월요일입니다.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떠맡는 사람들..

날개 _ 신경림

날개 신경림 강에 가면 강에 산에 가면 산에내게 붙은 것 그 성가진 것들을 팽개치고부두에 가면 부두에 저자에 가면 저자에내가 가진 그 너절한 것들을 버린다가벼워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훨훨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그러나 어쩌랴 하룻밤새 팽개친 것버린 것이 되붙으며 내 몸은 무거워지니이래서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버리지만누가 알았으랴 더미로 모이고 켜로 쌓여그것들 서섯히 크고 단단한 날개로 자라리라고나는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강에 가면 강에서 저자에 가면 저자에서엣날에 내가 팽개친 것 버린 것그 성가신 것 너절한 것들을 도로 주워내 날개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면서 * 2025년 9월 24일 수요일입니다.물러설 줄 알아야 큰 화를 면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