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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_ 이시은

한 해를 보내며                             이시은  봄꽃에 아리던 눈녹색물결로 씻어내고단풍물결한바탕 소리치다 떠난 자리 턱에 숨 걸리던 여름에는다시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찾아오고먼 길 떠난 정인 같은 눈발 찾아오면아쉬움만 눈꽃으로 피어난다 한 장 남은 달력은가쁜 숨 몰아쉬며 달려가고쳇바퀴 도는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송년을 노래하는 사람들 십이월 끝자락으로 걷는 길은삼베옷 입고 얼음 위를 걷는 느낌잘가라보내는 인사말은 짧을수록 좋은 것십이월에는생각들이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 2024년 12월 18일 수요일입니다.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고 꾸준히 하면 변화가 찾아옵니다.루틴을 잃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강연호

길                      강연호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점들의 집합을 선이라 한다최단거리일 때 직선이라 부른다수학적 정의는 화두나 잠언과 닮아 있다때로 법열을 느끼게도 한다길이란 것도 말하자면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점들의 집합이다최단거리일 때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동안점들은 언제나 고통으로 갈리고점들은 마냥 슬픔으로 꺾여 있다수학적으로 볼 때 나는 지금임의의 한 점 위에서 다른 점을 찾지 못해우두커니 서 있는 셈이다그러니까 처음의 제 몸을가르고 꺾을 때마다 망설였을 점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해곰곰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입니다.어설프게 조금 알 때가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올바른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여백 가득히 사랑을 _ 노은

여백 가득히 사랑을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컥해진다.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거울 앞에서도 얼굴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비추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입니다.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는 법입니다.여유 있고 당당한 뒷..

간절히 _ 반기룡

간절히                          반기룡  간절히 바라오니온 세상이 함박눈처럼순수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간절히 기도드리오니이 세상이 목단꽃처럼아름다웠으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간절히 청하오니온 누리가 태양처럼열정적이면 진정으로 기쁘겠습니다 간절히 희망하오니이 지구상 모든 사람이 유리창처럼투명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간절히 믿사오니이 사회가 신뢰와 정직으로 가득차정의의 물결이 두만강에서 낙동강까지 넘쳐흐르면가슴 속 응어리가 봄눈처럼 사라지겠습니다 간절히 간구하오니이 조직이 나눔과 베품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칠지라도 말똥벌레처럼서로 떠밀고 핑계를 대지 않는다면진실로 덩실덩실 춤을 추겠습니다  *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입니다.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요약 _ 이갑수

요약                            이갑수  모든 일은 시작하는 순간 반으로 요약된다배부름은 첫술에 요약되어 있다어떤 술도 그 맛은 첫잔과 마주한 사람이 나누어 좌우한다귀뚜라미는 소리로서 그 존재를 간단히 요약한다평행한 햇살을 요약하여 업은 잎사귀 하나 아래로 처지고 있다방향은 가늘게 요약되어 동쪽은 오로지 동쪽만을 묵묵히 담당한다요란한 것들을 집합시켜 보면 사소한 것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물질은 한 분자에 성질을 전부 요약하여 담는다한 방울 바닷물이 바다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서해는 서해를 찾아드는 모든 강의 이름을 요약한다목숨은 요약되어 한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있다파란만장한 생애는 굵고 검은 활자로 요약되어 부음란에 하루 머무른다하루살이는 일생을 요약하여 하루에 다 산다 너는 모든 남..

12월의 독백 _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입니다.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입니다.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

흔들림에 닿아 _ 이성선

흔들림에 닿아                          이성선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빈산이 보인다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오랜 여운에 흔들릴 때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잎이 떨어진다무한 쪽으로 내가 열리고빈곳이 더 크게 나를 껴안는다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고요한 산과 나 사이가갑자기 깊이 빛난다내가 우주 안에 있다  * 2024년 12월 9일 월요일입니다.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중요한 건 그래도 작은 희망들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홍승환 드림

비움 _ 박인걸

비움                        박인걸  숲은 해마다 한 번자신을 깨끗이 비운다.가졌던 모든 것을사뿐히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충만함비움으로 채워지는역설의 복음이겨울 숲에 넘친다. 움켜잡으면 추하고놓지 않으면 뺏기고주지 않으면 썩는 것을체험을 통해 안다. 빈손으로 서서가난해도 당당한나목들의 굳센 의지가신앙만큼 강하다.  * 2024년 12월 6일 금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미련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하나밖에 없다 _ 천양희

하나밖에 없다                             천양희  나무는 잘라도 나무로 있고물은 잘라도 잘리지 않습니다산을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물은 거슬러 오르지 않습니다길은 끝나는 데서 다시 시작되고하늘은 넓은 공터가 아닙니다시간이 있다고 다시 오겠습니까밀물 썰물이 시간을 기다리겠습니까인생은 하나밖에 없고나 또한 하나밖에 없습니다시간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 2024년 12월 5일 목요일입니다.하나밖에 없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마침표 하나 _ 황규관

마침표 하나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삶이 온각 잔가지를 뻗어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또 울었을까소멸이 아니라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비문도 미문도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마침표 하나,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 2024년 12월 3일 화요일입니다.고객 경험의 공간은 역시 오프라인이 강력합니다.만남을 성사시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