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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_ 나태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전화 걸면 날마다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묻고 또 묻는다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 2024년 10월 22일 화요일입니다.잡식동물을 뜻하는 '옴니보어'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있습니다.젠더의 경계가 사라지고 라이프 사이클이 뒤섞이고 있습니다.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오래된 가을 _ 천양희

오래된 가을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입니다.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가을 날씨입니다.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시월 _ 만성

시월                         만성  10월은 시월이다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쓸쓸하다혼자도 좋고 누구와 오랜만에 만나도 좋다선선한 아침도 좋고 노곤한 저녁도 좋다시간에서 행간을 읽을 수 있는 계절이다10월은 시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 2024년10월 18일 금요일입니다.단풍이 조금씩 보이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한 주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흔들린다 _ 함민복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는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직하는 일도다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입니다.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유연함을 배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길을 찾는 영혼 _ 정유찬

길을 찾는 영혼                                정유찬  그것은순수한 명상으로 잔잔해진신성한 연못이다 그러면서도열망으로 가득 찬 불덩이가 아닌차라리 푸른 불꽃 열정과 갈증 사이를 오가며여러 차이와 경계를 허물고어둔 길을 어둡게 두지 않을 빛 비록 타고난 방황처럼발걸음 어지러이 느껴질 때조차캄캄한 어둠을 비추는 것이다 그러한 방랑은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거룩하고 숙명적인 사색의 본능이니 사실, 길을 찾지 않는 영혼은 없다  *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입니다.매일 반복되는 행동들로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좋은 행동들을 많이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에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보이지 않는 길을바람은 용케 찾아간다.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바람은 바람길을 간다.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모든 길은 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나의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어느 늦은 저녁 나는 _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  *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입니다.영화, 드라마, K팝에 이어 K문학까지...다시 한 번 한글이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훔치기 _ 박해옥

가을 훔치기                            박해옥  알밤 몇 톨 줍기로서니나무 뒤에 빠끔히 숨어알사탕 같은 눈으로 째리는뭐냐, 넌볼때기 터지게 날라다 숨겼잖아산 임자도 아닌 것이 노랑 깔때기 피겠지분홍 깔때기 피겠지까맣게 영글은 분꽃 씨를 따며꿈은 어느새 색색 깔 꽃을 밀어 올리는데앗, 따가죽비 침 한방 놓고 앵 달아나는넌 또 누구라니꽃밭 임자도 아닌 것이 가을 몇 점 훔치려다손가락질만 당했다  * 2024년 10월 7일 월요일입니다.계절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날씨입니다.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조용한 일 _ 김사인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2024년 10월 4일 금요일입니다.조용함이 더 좋은 상황들이 있습니다.차분하고 조용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서한 _ 나태주

가을서한                             나태주  1당신도 쉽사리 건져주지 못할 슬픔이라면해질녘 바닷가에 나와 서 있겠습니다.금방 등돌리며 이별하는 햇볕들을 만나기 위하여.그 햇볕들과 두번째의 이별을 갖기 위하여.2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한 겹씩 옷을 벗고 나서는 구름,멀리 웃고만 계신 당신 옆모습이랄까?손 안 닿을 만큼 멀리 빛나는 슬픔의 높이.3아무의 뜨락에도 들어서보지 못하고아무의 들판에서 쉬지도 못하고기웃기웃 여기 다다랐습니다.고개 들어 우러르면 하늘, 당신의 이마.4호오, 유리창 위에 입김 모으고그 사람 이름 썼다 이내 지우는황홀하고도 슬픈 어리석음이여,혹시 누구 알 이 있을까 몰라  * 2024년 10월 2일 수요일입니다.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