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28

즐거운 편지 _ 황동규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2025년 7월15일 화요일입니다.즐거움은 본인이 스스로 만드는 법입니다.주변의 작은 즐거움들을 찾는 하루 되세..

장작불 _ 백무산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 2025년 7월 14일 월요일입니다.잘 찾아보면 누구나 다 각자의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조화를..

내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었다 _ 김정한

내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었다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살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언제나나를 가르치는 건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흐르는 시간 속에서 찾게 되었고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메세지도거짓없는 시간을 통해서 찾았다언제부터 인가 흐르는 시간을 통해서삶의 정답도 찾아가고 있다시간은 나에게 늘, 스승이었다어제의 시간은 오늘의 스승이었고오늘의 시간은 내일의 스승이 될 것이다 * 2025년 7월 10일 목요일입니다.시간은 잘 활용할수도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시간낭비 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 2025년 7월 9일 수요일입니다.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속도를 조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Flower Chunsoo KimBefore I called ..

길 잃은 날의 지혜 _ 박노해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 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 2025년 7월 8일 화요일입니다. 무언가 큰 일을 준비할 때는 작은 것들..

소금별 _ 류시화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눈물을 흘릴 수 없네눈물을 흘리면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소금별 사람들은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눈을 깜박이네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그 때문이지 * 2025년 7월 7일 월요일입니다.지나친 완벽주의보다는 불완전함이 종종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alt Stars Ryu ShihwaThe people who live in the salt starscan't crybecause if they do,the salt stars will meltThe people in the..

행복 _ 유치환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인정의 꽃밭에서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2025..

오늘 치 기분 _ 오은

오늘 치 기분 오은 깃털을 보았다마음이 가벼워지려는 찰나깃털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눈이 절로 깜빡였다 저 멀리 솟구치는 것이 있었다눈이 부셨다 햇볕이 따갑다고 해도 좋다햇볕이 뜨겁다고 해도 좋다온몸으로 햇빛을 보았다 바람이 포근하다고 말해도 좋다바람이 부드럽다고 말해도 좋다온 마음으로 공기를 마셨다 오늩 치 기운이 생겼다오늘 치 기분이 생겼다 * 2025년 7월 3일 목요일입니다.더운 공기 속을 걷다 시원한 에어컨의 공간을 만나면 상쾌해집니다.무더운 여름 건강 챙기시고 상쾌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ow I feel today ..

7월의 시 _ 이해인

7월의 시 이해인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노랗게 떨어지는 꽃은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렐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 2025년 7월 2일 수요일입니다.더울수록 주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건강 챙기..

아주 작고 하찮은 것 _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내 겨등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치통이라든가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내 몸에 들어와서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오면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