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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_ 하덕규

가시나무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2023년 9월 22일 금요일입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괴테가 말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다로 가는 것은 _ 문인귀

바다로 가는 것은 문인귀 나는 지독히 노래가 부르고 싶을 때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는 참으로 많은 소리를 모아 나의 목청을 함께 해 주거든요 나는 정말 사랑을 하고 싶을 때 바다로 나갑니다 파도는 그리 많이 깨어지고도 결국은 하나로 되는 물로 남거든요 바다는 오늘보다는 내일에 있고파 바지런을 떨며 바람을 삼킵니다 그래서 바다는 살아 움직이는 가슴을 키우고 짙푸른 눈 하나만으로도 하늘을 대할 줄 아니까요 오늘도 나는 바다로 나갑니다 노래도 지독히 부르고 싶고 사랑도 정말 나누고 싶고 바람도 무척이나 마시고 싶고 그래서 나는 눈 하나로만 남는 그 바다가 될테니까요 * 2023년 9월 20일 수요일입니다.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리더가 되면 안됩니다. 진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푸른 지구 _ 나태주

우리들의 푸른 지구 나태주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하는 말 우리 오래 만나자 사랑하겠다는 말 대신에 하는 대답 우리 함께 오래 있어요 날마다 푸른 지구 내일은 더욱 푸른 지구 오늘은 네가 나에게 지구이고 내가 너에게 지구이다. * 2023년 9월 19일 화요일입니다.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계속 유지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_ 김현태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김현태 모두 다 꽃만을 기억할 뿐 그 꽃을 담고 있는 꽃병은 알아주지 않는다. 모두 다 별만을 올려볼 뿐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다 연극배우에게만 박수를 보낼 뿐 무대 위에 대못으로 박아세운 소나무 소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 다 엘리베이터의 고마움만 알 뿐 계단의 우직함은 모른다. 모두 다 흔들거리는 갈대를 사랑할 뿐 갈대밭에 사는 바람은 기억하지 않는다. 모두 다 이루어진 사랑만 축하할 뿐 이루지 못한, 그리움만 간직한 애달픈 사랑은 까마득히 알지 못한다. * 2023년 9월 18일 월요일입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는 법입니다. 해야할 때를 놓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빗속으로 _ 김기만

빗속으로 김기만 비 내리는 날은 기다리는 사람으로 남은 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비 흩날리며 그어놓은 창가에 꿈결처럼 부서지는 눈물빛 추억도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빗속으로 오십시오 우산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빗속으로 다시 돌아와도 그대 사라진 거리엔 낙엽들만 반짝이며 세월지는데 가을 속으로 오십시오 기다림에 지쳐 바람 되어도 창가에 흐르는 내 모습은 아직도 그리움으로 타오를 수 있는 초 하나로 이미 행복합니다 빗속으로 오십시오 낙엽 한 장 가슴에 담고 가을 속으로 오십시오 * 2023년 9월 13일 수요일입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는 아침입니다. 차분하게 하던 일을 지속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새벽 편지 _ 곽재구

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2023년 9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

다림질을 하며 _ 오은석

다림질을 하며 오은석 물을 뿜어 구겨진 옷자락을 다림질 한다 접혀진 구김살마다 서려 있는 일상의 흔적 비우지 못한 마음 크고 작은 잘못으로 하루는 온통 주름투성이 아침마다 얼룩진 어제를 다림질해도 또 어느새 여기저기 생겨나는 주름투성이 구겨진 옷을 다리듯 잘못을 펴는 일은 또 하나 나를 찾는 고된 작업 찬란한 내일을 위해 이슬 뿜어 구겨진 오늘을 뜨겁게 뜨겁게 다림질 한다 * 2023년 9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당연히 안 되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_ 윤수천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윤수천 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 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 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 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감추어지고 깊이 묻힌다. 사람과 사람 사이 비로소 그윽해지는 것 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그리하여 향기를 지니는 것 사랑은 침묵으로 성숙할 뿐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2023년 9월 7일 목요일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9월이 오면 _ 김사랑

9월이 오면 김사랑 들에다 바람을 풀어주세요 타오르는 불볕 태양은 이제 황금 빛으로 바꿔주시고 거두어 두릴 것이 없어도 삶을 아프게 하지 마소서 그동안 사랑없이 산 사람이나 그동안 사랑으로 산 사람이나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 주시고 풍요로운 들녘처럼 생각도 여물어 가게 하소서 9월이 오면 인생은 늘 즐겁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슬픔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시고 가벼운 구름처럼 살게 하소서 고독과 방황의 날이 온다해도 사랑으로 살면 된다 하였으니 따가운 햇살과 고요히 지나는 바람으로 달콤한 삶과 향기를 더해 아름다운 생이게 하소서 진실로 어둔 밤하늘 빛나는 별빛과 같이 들길에 핀 풀꽃처럼 마음에 쌓여드는 욕심을 비워두시고 참으로 행복하기만 하소서 * 2023년 9월 6일 수요일입니다. 닳고 닳은 길에도 한 번..

좋은 것 _ 김남조

좋은 것 김남조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엣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깃들기에 그러하다 * 2023년 9월 5일 화요일입니다. 아무리 생떼를 써봐도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좋은 것을 기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