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_ 서경은 목숨 서경은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겐 보입니다. 하루살이의 춤 사금파리의 눈물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은 봅니다. 웅덩이 물거울에 흘러가는 구름 몇 점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만 봅니다. 순하게 밟히고 쉽게 뽑히는 벽돌공장 빈터에 무성한 풀들. * 2022년 11월 3일 목요일입니다. 속도가 필요할 때와 필요하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해야겠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자세히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1.03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_ 김철현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김철현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다.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다.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가지고 싶다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다. 한 송이 꽃 같다는 말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말이다. 나에게 너는 언제나 한 송이 꽃과 같다. * 2022년 11월 1일 화요일입니다. 꽃다운 청춘들이 황망하게 스러져갔습니다. 새로운 한 달의 시작 겸허하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1.01
끈 _ 공석진 끈 공석진 불 끈 힘주는 팽팽한 욕망 질질 끌려갈 수도 툭 끊어질 수도 그저 당기면 밀어 주고 밀어 주면 당기고 애당초 끈은 탯줄에 의지하여 세상 밖으로 안내하는 생명선 숱한 인연을 나의 심장에 단단히 동여맨다 질 끈 * 2022년 10월 31일 월요일입니다. 주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같은 가용자원을 갖고도 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량입니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문 젊음들의 넋을 기립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31
헌책, 말을 걸다 _ 강보철 헌책, 말을 걸다 강보철 책 속에 간직한 누군가의 추억 뽀르르 속삭이는 빛바랜 볼펜 글씨 그 시절 어디에 있냐고, 책 속에 간직한 누군가의 냄새 살포시 다가오는 메마른 단풍잎 그 시절 어디갔냐고, 책 속에 간직한 누군가의 흔적 접힌 자국 꼼지락하며 아는 체 그 시절 그랬다고, 책 속에 간직한 누군가의 비밀 반으로 접은 구화폐 오백 원 그 시절 말을 건다. * 2022년 10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오래된 것들만이 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익숙한 편안함과 함께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8
바람이 붑니다 _ 나태주 바람이 붑니다 나태주 바람이 붑니다 창문이 덜컹댑니다 어느 먼 땅에서 누군가 또 나를 생각하나 봅니다 바람이 붑니다 낙엽이 굴러갑니다 어느 먼 별에서 누군가 또 나를 슬퍼하나 봅니다 춥다는 것은 내가 아직도 숨쉬고 있다는 증거 외롭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혼자가 아닐거라는 약속 바람이 붑니다 창문에 불이 켜집니다 어느 먼 하늘 밖에서 누군가 한 사람 나를 위해 기도를 챙기고 있나 봅니다. *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붑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7
바깥에 갇히다 _ 정용화 바깥에 갇히다 정용화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뿐이겠는가 낡을 대로 낡아버린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 2022년 10월 26일 수요일입..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6
가을 _ 마종기 가을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 2022년 10월 25일 화요일입니다. 무거운 것들을 버릴 줄 알아야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가벼워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5
마음 _ 이동진 마음 이동진 가슴에 늘 파도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말로 사랑한다 해도 처얼썩 밀려오는 웅장한 파도소리처럼 느끼면 좋겠다. 작은 손으로 살짝 잡아도 심벌즈가 쨍하고 울리듯 뜨겁게 그 손을 잡으면 좋겠다. 먼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 수평선에 올라선 범선의 돛대처럼 고향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나는 가슴이 늘 그렇게 감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 2022년 10월 24일 월요일입니다. 동감하는 감동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법입니다. 감동이 있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4
씨앗이라는 것 _ 신현득 씨앗이라는 것 신현득 땅에 묻는다 해서 모두 싹트는 건 아냐. 스스로 제 껍질을 벗을 줄 알아야 해. 돌멩이도 싹은 트고 싶지만 안 된다구. "이건 잎이 될 거다. 이쪽은 줄기다." 하고 제 모습을 알아야 하거든. "누가 나를 보듬어 주네. 따스한 입김까지 오고 있네." 하고 손길의 고마움을 알아야 해. 이럴 때 이슬비가 속삭여 주는 거지. "너는 싹틀 수 있다. 내가 목마르지 않게 해 주마." 이 말을 알아듣는 귀가 있어야 해 그래서 작은 알갱이지만 씨앗이란 이름이 따로 있지. * 2022년 10월 21일 금요일입니다. 스스로 제 껍질을 벗을 줄 알아야 싹이 트는 법입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21
청소를 하다 만난 것들 청소를 하다 만난 것들 박상희 언젠가 쓰일 것이라 챙겨둔 것들 이제 보니 아무 작에도 쓸모가 없다 한정된 공간을 그저 차지하고 우두커니 있다 흔하지 않아 아껴 두었던 것들 기억이 소중하여 간직해 둔 것들 먼지만 자욱이 쌓여 있다 세월이 감에 이렇듯 쓸모없는 것들을 차곡차곡 가슴에다 담아두고 쪼그려 앉아있다 더러는 비워야 하는 것을 훌훌 털어야 했던 것을 숨이 막히도록 쌓아 두었다 때로는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한 점 버리지 못한 것들 청소를 하다 만난 것들이 나를 보며 한숨을 쉰다. 쪽거울 안에서 웃는 사람이 이제 버릴 것은 버리고 살라며 거울 속에서 빙그레 웃는다. *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입니다.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다음메일, 티스토리가 안 되네요. 하나로 모든 것을 ..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