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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_ 문인수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문인수말 걸지 말아라.나무의 큰 키는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나갈 곳 없는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도화선 같겠다.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고요하다.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젓고 있느냐.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나무의 팽팽한긴 외로움 끝에 와서 덜컥,덜컥, 걸린다.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저 나무 송두리째저 나무 비바람 속에 걷잡을 수 없이타오른다.나무는 폭발한다.* 2025년 6월 30일 월요일입니다.한 해의 절반이 끝나는 날입니다.계속해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홍승환 드림 ==============================..

살아 있기 때문에 _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이정하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난 수 있다는소망 또한 가질 수 있네.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아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그 느낌에 감사하라. * 2025년 6월 27일 금요일입니다.범사에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법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

물을 뜨는 손 _ 정끝별

물을 뜨는 손 정끝별 물만 보면담가 보다 어루만져 보다기어이 두 손을 모아 뜨고 싶어지는 손 무엇엔가 홀려 있곤 하던 친구가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북한산 계곡물을 보며사랑도 이런 거야, 한다 물이 손바닥에 잠시 모였다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물이 고였던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머물렀다빠져나가는 순간 불붙는 것들의 힘 어떤 간절한 손바닥도지나고 나면 다 새어나가는 것이라고무심히 떨고 있는 물비늘들 두 손 모아 떠 본 적이 언제였던가 * 2025년 6월 26일 목요일입니다.어리버리해도 나아가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참고 기다려주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ands that Fl..

편지 _ 윤동주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2025년 6월 25일 수요일입니다.구멍이 있으면 항아리를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가장 큰 원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Letters Dong-joo Yoon When I write that I ..

빗소리 _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따뜻한 바람이 불더니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비가 옵니다.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비가 옵니다.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남 모를 기쁜 소식을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2025년 6월 20일 금요일입니다.무리한 요구를 계속 하게 되면 그 사람을 멀리 하기 마련입니다.누가봐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제안을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ain Sounds ..

누구든 떠나갈 때는 _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봄이 아니라도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누구든 떠나갈 때는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우리 나누었던 말강에 버리고 가자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때로 용서하지 못하고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우리는 떠나왔네한번 떠나온 길은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누구든 떠나갈 때는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바라보았다 가자지는 해 노을 속에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2025년 6월 19일 목요일입니다.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입니다.상대방을 이해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When Anyone Leaves ..

신정석가 _ 만성

신정석가(新鄭石歌) 만성 장미 한 송이를 책상에 심어 그 꽃이 만발하게 될 때까지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밤하늘에 별들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한여름밤에 눈이내려 눈사태가 나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서울거리에 야자수가 무르익어 그 열매를 따먹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민들레 홀씨를 튀겨 모래에 심어 그 꽃이 만발하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청아한 하늘에 달이 스무개가 뜨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먹구름 낀 장마철에 해가 스무개가 뜨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푸른바다에 손을 담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파랗게 물들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온 세상 사람들이 머리..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_ R. 버언즈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R. 버언즈 내 사랑은 6월에 갓 피어난빨간 한 송이 장미,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어요, 내 사랑하는 사람아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 2025년 6월 16일 월요일입니다.뻔히 눈에 보이는 거짓말들은 곧 들통나기 마련입니다.진실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농무 _ 신경림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펀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 2025년 6월 13일 금요일입니다.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살아 있기 때문에 _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이정하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소망 또한 가질 수 있네. 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아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그 느낌에 감사하라. * 2025년 6월 12일 목요일입니다.감사하지 않는 사람은 늘 불행하기 마련입니다.작은 행복들에 감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