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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치 기분 _ 오은

오늘 치 기분 오은 깃털을 보았다마음이 가벼워지려는 찰나깃털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눈이 절로 깜빡였다 저 멀리 솟구치는 것이 있었다눈이 부셨다 햇볕이 따갑다고 해도 좋다햇볕이 뜨겁다고 해도 좋다온몸으로 햇빛을 보았다 바람이 포근하다고 말해도 좋다바람이 부드럽다고 말해도 좋다온 마음으로 공기를 마셨다 오늩 치 기운이 생겼다오늘 치 기분이 생겼다 * 2025년 7월 3일 목요일입니다.더운 공기 속을 걷다 시원한 에어컨의 공간을 만나면 상쾌해집니다.무더운 여름 건강 챙기시고 상쾌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ow I feel today ..

7월의 시 _ 이해인

7월의 시 이해인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노랗게 떨어지는 꽃은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렐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 2025년 7월 2일 수요일입니다.더울수록 주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건강 챙기..

아주 작고 하찮은 것 _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내 겨등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치통이라든가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내 몸에 들어와서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오면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_ 문인수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문인수말 걸지 말아라.나무의 큰 키는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나갈 곳 없는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도화선 같겠다.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고요하다.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젓고 있느냐.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나무의 팽팽한긴 외로움 끝에 와서 덜컥,덜컥, 걸린다.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저 나무 송두리째저 나무 비바람 속에 걷잡을 수 없이타오른다.나무는 폭발한다.* 2025년 6월 30일 월요일입니다.한 해의 절반이 끝나는 날입니다.계속해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홍승환 드림 ==============================..

살아 있기 때문에 _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이정하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난 수 있다는소망 또한 가질 수 있네.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아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그 느낌에 감사하라. * 2025년 6월 27일 금요일입니다.범사에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법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

물을 뜨는 손 _ 정끝별

물을 뜨는 손 정끝별 물만 보면담가 보다 어루만져 보다기어이 두 손을 모아 뜨고 싶어지는 손 무엇엔가 홀려 있곤 하던 친구가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북한산 계곡물을 보며사랑도 이런 거야, 한다 물이 손바닥에 잠시 모였다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물이 고였던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머물렀다빠져나가는 순간 불붙는 것들의 힘 어떤 간절한 손바닥도지나고 나면 다 새어나가는 것이라고무심히 떨고 있는 물비늘들 두 손 모아 떠 본 적이 언제였던가 * 2025년 6월 26일 목요일입니다.어리버리해도 나아가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참고 기다려주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ands that Fl..

편지 _ 윤동주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2025년 6월 25일 수요일입니다.구멍이 있으면 항아리를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가장 큰 원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Letters Dong-joo Yoon When I write that I ..

빗소리 _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따뜻한 바람이 불더니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비가 옵니다.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비가 옵니다.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남 모를 기쁜 소식을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2025년 6월 20일 금요일입니다.무리한 요구를 계속 하게 되면 그 사람을 멀리 하기 마련입니다.누가봐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제안을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ain Sounds ..

누구든 떠나갈 때는 _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봄이 아니라도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누구든 떠나갈 때는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우리 나누었던 말강에 버리고 가자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때로 용서하지 못하고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우리는 떠나왔네한번 떠나온 길은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누구든 떠나갈 때는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바라보았다 가자지는 해 노을 속에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2025년 6월 19일 목요일입니다.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입니다.상대방을 이해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When Anyone Leaves ..

신정석가 _ 만성

신정석가(新鄭石歌) 만성 장미 한 송이를 책상에 심어 그 꽃이 만발하게 될 때까지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밤하늘에 별들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한여름밤에 눈이내려 눈사태가 나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서울거리에 야자수가 무르익어 그 열매를 따먹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민들레 홀씨를 튀겨 모래에 심어 그 꽃이 만발하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청아한 하늘에 달이 스무개가 뜨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먹구름 낀 장마철에 해가 스무개가 뜨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푸른바다에 손을 담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파랗게 물들기 전에는임과 이별하지 않겠습니다.온 세상 사람들이 머리..